아름다운사회

삼월

삼월

by 김민정 박사 2020.02.24

피다 말고 떨어져도/ 3월은 시작이다
잠시 숨 고른 사이/ 구석구석 젖내가
산 것들 물오른다고/ 죽을 둥 살 둥 달려온다

발악하던 칼바람/ 눈물 쏙 빠진 자리
동백 피고 진달래 피어/ 얼마나 저릿저릿한지
한사코 또 꽃이 핀다/ 당신을 초대한다
- 조명선, 「3월의 출처」 전문

우리나라에서 3월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봄이 시작되고,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 직장인들이 생겨난다. 달로 치면 한해의 끝은 12월이고 새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우리나라는 2월이면 각 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학년이 끝난다. 계절도 2월을 겨울의 끝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새 직장에 가는 사람도 3월에 새롭게 출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새 학기도 3월에 시작하므로 3월은 시작의 달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3월을 준비하기 위한 달이 2월인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2월 4일이 절기상 입춘이고, 이때가 되면 남쪽에선 봄소식이 전해지고 햇빛도 부드러워지곤 한다. 하지만 며칠 전에도 눈보라가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몰아쳐서, 아직도 2월은 겨울임을 알려주기도 했다. 봄 오기 직전이 가장 추운 법이고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을 알려라도 주듯이.
3월이면 물오른 가지마다 잎과 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위 시조처럼 ‘피다 말고 떨어져도/ 3월은 시작이다’. 꽃샘추위로 쌀쌀하지만 우리에게 3월은 어쨌거나 시작의 달인 것이다. 그래서 3월이면 새로운 모든 것이 조금은 어설프지만, 마음은 마냥 부풀고, 잘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설레는 것이다. 이 땅에 사는 사람뿐이 아니라, 동식물도 다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봄이면 희망의 꽃망울이 맺히고, 피고… 그래서 시인들에게도 봄노래가 많은가 보다. ‘겨울내 피돌기 멈춘/ 고목같은 오감들이/ 봄 햇살 한 줄기에/ 꿈틀꿈틀 뒤척인다/ 시인아, 들길을 걸어봐/ 바람까지 속삭인다// 메마른 땅에서도/ 새 생명은 끈질겨라/ 돌보는 이 없었어도/ 살았다고 아우성이다/ 뒤통수 망치로 맞은 듯/ 아찔하게 오는 봄’ - 김인숙 「또 다시, 봄은 오고」 전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로 온통 세상이 떠들썩하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처럼 봄은 어김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오고 있다. ‘코로나19’ 병균 때문에 감염될까 염려하며 불안한 우리들에게, 빼앗긴 우리들의 평온한 마음 앞으로 씩씩하고 용감하게 봄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고 있다. 건강한 봄의 따뜻한 봄기운으로, 올라가는 높은 온도로 하루빨리 ‘코로나 19’를 물리치고 이 땅에 개선장군처럼 봄이 만발하면 좋겠다.
더불어 감염된 사람들은 하루빨리 완치하여 건강한 삶으로 돌아오고, 감염의심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빨리 검사를 받아 더 이상 무지나 무심한 행동으로, 또 게으른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가 가는 심각한 감염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남을 배려하며 사는 일은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하는 삶은, 곧 내가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서로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