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구름과 나무: 친구를 그리워하다

구름과 나무: 친구를 그리워하다

by 강판권 교수 2020.02.17

누구나 바람과 구름처럼 걸림 없이 살길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저런 사정으로 얼기설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얼기설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죽을 때까지 자유롭게 살길 꿈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간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대상이 구름이다. 구름은 정처 없이 마음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도 호에 구름을 사용한 예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통일신라 말 학자 고운(孤雲) 최치원과 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를 들 수 있다. 특히 최치원의 또 다른 호 해운(海雲)은 부산의 관광명소인 해운대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무는 평생 한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나무를 이렇게 바라본 사람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자가 중국 당나라 두보였다. 시성(詩聖) 두보는 시선(詩仙) 이백(李白)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나무에, 이백을 구름에 비유했다.

「봄날 이백을 그리워하다/春日憶李白」
이백의 시는 대적할 자가 없고 / 白也詩無敵
바람에 가볍게 나풀거려 생각이 뭇사람들과는 다르네. /飄然思不群
맑고 새로움은 유개부(庾開府)와 같고 / 淸新庾開府
재능이 뛰어남은 포참군(鮑參軍)과 같네. / 俊逸鮑參軍
위수 북쪽은 봄날 나무가 무성하고 / 渭北春天樹
강동은 해저물녘 구름 떠 있네. /江東日暮雲
어느 때에 한 동이 술로 / 何時一尊酒
다시 그대와 문장을 논할까. / 重與細論文

이백보다 10살 정도 어린 두보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지금의 서안)에서 관직 생활하면서 양자강 이남에 살고 있는 이백을 그리워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서로 그리워했다. 특히 두보는 이백의 삶을 무척 부러워했다. 두보가 이백에게 보낸 편지 때문에‘운수’는 곧 ‘친구를 그리워한다’는 단어가 탄생했다. 두보는 힘든 관직 생활을 하면서 이백을 만나 술을 마시면서 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두보와 이백의 시에는 술을 주제로 한 시가 적잖이 등장한다. 특히 두보와 이백이 살았던 시대는 안록산의 난으로 당나라가 위기를 맞았던 때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간혹 만나 술을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시를 논하곤 했다.
요즘 그리워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힘든 시간을 맞으면 지난날 아주 사소한 것들도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조차도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그러나 사태가 끝나면 대부분 다시 일상의 소중함을 잊는다. 만약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다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