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사막에서

사막에서

by 김민정 박사 2020.02.11

참으로 멀리 왔다 그래도 가야한다
눈앞이 황량하니 나도 곧 사막 되나
세상은 열려있어도 길 찾기는 어렵다.

욕망은 신기루라 꿈처럼 뒤척이고
먼 길을 걸어가면 추억도 짐이 되나
가슴이 너무 기름져 발걸음이 무겁다.

여기서 실종되면 세상은 끝이 난다
마음을 열어야지 모래에 갇히려나
버리고 모두 버리고 가족 찾아 걷는다.
임만규, 「사막에서」 전문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국 아니 전세계가 비상이다. 감염이 겁이 나서 외출도, 여행도 못하는 요즘의 상황이다. 점점 확진 환자는 늘어나서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겁이 나는 상황이다. 사람이 위급상황에 처하게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환자가 있으면 가족 모두의 근심 걱정거리가 된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가족이 건강해야 하고, 가족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생을 사막에 비유하고 있으며,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끼게 한다. 부제로 페루 와카치나를 쓰고 있으나 사막 속에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인 와카치나의 풍경묘사는 작품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곳 사막을 여행하며 쓴 작품이리라 여겨지며 부제와는 상관없이 인생을 사막에 비유한 내용만이 전개된다. ‘참으로 멀리 왔다 그래도 가야한다’는 표현에서 생을 살아온 날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더 살아가야 하는 생,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인심은 점점 야뱍해지니 눈앞은 황량하고 화자 자신도 곧 사막이 될 것 같다는, 세상은 열려 있어도 길 찾기는 쉽지 않다는 표현이 이 글을 읽는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욕망은 신기루라 꿈처럼 뒤척이고’란 표현 속에는 놓지 못한 욕망은 아직도 신기루로 꿈틀대고 많은 추억은 오히려 짐이 되는 나이, 가슴에는 버리지 못한 것들로 기름지고 비대해 있어 발걸음조차 무겁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욕심이 많음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화자는 자각하게 된다. 헛된 욕망으로 멀리 가면 자아를 잃게 되고, 결국은 모래 속에 묻히게 됨을, 그래서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한 욕망을 줄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 그들을 찾아 걷는다는 것이다. 끝까지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아끼고 보살펴 줄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나이들어서 그것을 깨닫게 되면 그동안의 소홀함 때문에 가족들의 가슴은 이미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릴 수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거의 자신의 새끼들을 아끼고 보호한다. 그것이 동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말을 못하는 식물들도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종족을 퍼뜨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고 결혼도 싫어하고, 결혼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는 이즈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늙고 병들면 외로워지는 것이 사람이다. 그럴 때 마음으로나마 사랑하고 의지할 가족 한 사람 없다는 것은 얼마나 사막 같은 세상일까. 가족이 있다고 하여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힘들고 괴로울 때는 가족에게 가장 먼저 의존하게 된다.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위로받으면서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