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미덕
문어의 미덕
by 한희철 목사 2019.06.19
경상북도 영주와 안동 일대를 다녀온 일은 두어 달 시간이 지나갑니다만 여전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몰랐던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경치를 둘러보았으니 말이지요. 우리 사는 세상 곳곳이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달라진 길입니다. 이제는 전국이 세밀하게 길과 길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대동맥처럼 여겨지던 몇몇 고속도로가 있어 먼 길을 떠날 때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이제 옛말, 지금은 전국이 실핏줄처럼 연결이 되어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없으면 목적지를 찾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모임이 열리는 영주를 찾아가는 길만 해도 그랬습니다. 예전 같으면 영주는 까마득히 먼 곳, 기차든 버스든 중간에 몇몇 교통편을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외진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앙고속도로로 바꿔 타니 잠깐이었습니다. 가는 길 또한 사방이 아름다웠고, 차량 통행도 한산하다 여겨질 만큼 여유가 있어 번거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살아가며 한 가지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지역, 혹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을 음식과 연관 지어 기억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선가 먹었던 음식이나 맛이 그 장소나 시간을 기억하는 매개체가 될 때가 있습니다.
안동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월영교였습니다. 2003년에 개통된 387m 길이의 다리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였습니다. 강물 위로 제 얼굴을 비춰보는 달을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는 정취는 남다를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다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월영정은 강물과 바람과 햇살이 맘껏 어울리는 곳, 난간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풍광을 거스르지 않는 모습도 그랬지만, 그 지역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숭고한 사랑을 담아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한 켤레 미투리 모양으로 다리를 만들었다니 월영교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바로 그 월영교 앞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찜닭과 간고등어였습니다. 교통이 여의치 않던 시절 영덕 지역에서 잡은 고등어를 내륙 지방인 안동으로 들여와 판매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려야 했는데,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창자를 제거하고 뱃속에 소금을 한 줌 넣어 팔기 시작한 것이 얼간재비 간고등어의 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북 지역에서는 잔칫상에 문어가 빠지지 않는데, 문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미덕 때문이라 했습니다. ‘문어’의 ‘문’이 ‘글월 문’(文)이고, 문어가 내뿜는 먹물은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한 벼루의 먹물을 떠올리게 하고, 문어의 둥근 머리는 우주를, 문어의 숨는 습성은 선비의 은둔을 나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빼어난 산수는 물론 찜닭과 간고등어 문어의 미덕까지 더해져 이래저래 영주와 안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다 싶습니다.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달라진 길입니다. 이제는 전국이 세밀하게 길과 길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대동맥처럼 여겨지던 몇몇 고속도로가 있어 먼 길을 떠날 때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이제 옛말, 지금은 전국이 실핏줄처럼 연결이 되어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없으면 목적지를 찾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모임이 열리는 영주를 찾아가는 길만 해도 그랬습니다. 예전 같으면 영주는 까마득히 먼 곳, 기차든 버스든 중간에 몇몇 교통편을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외진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앙고속도로로 바꿔 타니 잠깐이었습니다. 가는 길 또한 사방이 아름다웠고, 차량 통행도 한산하다 여겨질 만큼 여유가 있어 번거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살아가며 한 가지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지역, 혹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을 음식과 연관 지어 기억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선가 먹었던 음식이나 맛이 그 장소나 시간을 기억하는 매개체가 될 때가 있습니다.
안동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월영교였습니다. 2003년에 개통된 387m 길이의 다리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였습니다. 강물 위로 제 얼굴을 비춰보는 달을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는 정취는 남다를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다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월영정은 강물과 바람과 햇살이 맘껏 어울리는 곳, 난간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풍광을 거스르지 않는 모습도 그랬지만, 그 지역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숭고한 사랑을 담아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한 켤레 미투리 모양으로 다리를 만들었다니 월영교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바로 그 월영교 앞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찜닭과 간고등어였습니다. 교통이 여의치 않던 시절 영덕 지역에서 잡은 고등어를 내륙 지방인 안동으로 들여와 판매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려야 했는데,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창자를 제거하고 뱃속에 소금을 한 줌 넣어 팔기 시작한 것이 얼간재비 간고등어의 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북 지역에서는 잔칫상에 문어가 빠지지 않는데, 문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미덕 때문이라 했습니다. ‘문어’의 ‘문’이 ‘글월 문’(文)이고, 문어가 내뿜는 먹물은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한 벼루의 먹물을 떠올리게 하고, 문어의 둥근 머리는 우주를, 문어의 숨는 습성은 선비의 은둔을 나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빼어난 산수는 물론 찜닭과 간고등어 문어의 미덕까지 더해져 이래저래 영주와 안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