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물총새에 관한 기억

물총새에 관한 기억

by 김민정 박사 2019.03.11

작자 미상 옛 그림 다 자란 연잎 위를
기름종개 물고 나는 물총새를 보았다
인사동 좁은 골목이 먹물처럼 푸른 날

일곱 문 반짜리 내 유년이 잠겨 있는
그 여름 흰 똥 묻은 비딱한 검정 말뚝
물총새 붉은 발목이 단풍처럼 고왔다

텔레비전 화면 속 녹이 슨 갈대밭에
폐수를 배경으로 실루엣만 날아간다
길 없는 길을 떠돌다 되돌아온 물총새
- 유재영 「물총새에 관한 기억」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인사동 좁은 골목에서 작자 미상의 옛 그림을 보고 있다. 연잎 위를 기름종개를 물고 유유자적하게 날고 있는 물총새는 자연과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날고 있어 아름답게 느껴진다. 둘째 수에서는 시인의 유년 체험과 관련되는 ‘흰 똥 묻은 검정 말뚝’이라고 하여 물총새의 흰 똥마저도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느껴지며, 물총새의 붉은 발목과 붉은 단풍의 유사성을 통하여 오염되지 않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수에서는 텔레비전 화면 속에 비치는 물총새의 모습이다. 첫째 수와 둘째 수에서 보여주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녹이 슨 듯한 갈대밭과 악취가 풍기는 지저분한 폐수가 흘러가는 물총새가 내려앉을 만한 공간도 없는 도시의 풍경이다. ‘길 없는 길을 떠돌다 되돌아온 물총새’의 모습을 통해 환경파괴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서정성을 지닌 서정시면서 환경문제를 다룬 환경시라고 볼 수 있다. 또 한 편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 고향을 상실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요 며칠 계속 미세먼지가 많아 마스크를 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다행히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마련되어 있지만, 수업 시간에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고, 창문을 열어 놓는 것도 싫어해서 교실 환기를 공기청정기가 대신하고 있다. 비타민D를 생성하기 위해서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도 햇볕도 적당히 받아야 하는데, 그 좋은 햇볕도 마음 놓고 보기가 힘들어지는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 천연 햇살, 천연 바람, 천연 꽃들 이런 것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요인이었는데, 이런 것을 보며 느끼던 즐거움을 자꾸 빼앗기고 있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그 파괴된 환경 때문에 인간이 또 피해를 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고 공존하며 즐겁게 살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어떻게 해야 자연을 보존하고, 그 자연과 공존하며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은 연구를 하고 그 연구들을 실행해야 한다.
밝은 햇살 한 줌, 맑은 바람 한 줄기, 마실 수 있는 물, 우리가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이러한 것들이 더 없어지거나 더 나빠지기 전에 보호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 오래 공존할 수 있도록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