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초롱꽃을 보러 가야겠다
금강초롱꽃을 보러 가야겠다
by 권영상 작가 2018.09.27
아침에 카톡방에 들어갔다. 간밤 누군가의 카톡이 있었다. 긴급한 일일까 하면서도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밤의 카톡이 궁금했다. 대학을 함께 다닌 친구의 사진이다. 구룡령 근처에서 찍었다는 자주빛 금강초롱꽃 다섯 장. ‘드디어 오늘 금강초롱꽃을 상봉했습니다.’ 그런 멘트도 달려 있다. 드디어 상봉했다는 걸 보면 금강초롱꽃을 보려고 벼르고 별렀던 모양이다. 구룡령은 강원도 양양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1013미터나 되는 높은 고갯길이다. 험한 등반 끝에 만났으니 그 감동을 품에 안고 하룻밤을 넘기기는 어려웠을 거다.
볼수록 예쁘고 곱다. 빗속 고갯길에서 찍은, 채 하루도 안 된 꽃 사진이라 꽃빛이 싱그럽고 깨끗하다. 휴대폰을 흔들면 초롱꽃 향기가 날려 나올 것처럼 자태가 곱다.
옛날 강원도 어느 산골에 오누이가 살았단다. 동생은 아픈 누나의 병을 고치려고 깊은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다녔고, 그러던 중에 한 노인을 만났다. 사연을 들은 노인 왈, 달 속에 사는 계수나무 열매를 먹으면 누나의 병이 나으리라, 했다. 동생은 금강산 비로봉에 올라 하늘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고, 그때 마침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선녀를 보았다. 그도 얼른 그 사다리를 타고 달에 올라 계수나무 열매를 얻었다.
그럴 무렵, 암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찾으러 초롱불을 켜 들고 금강산에 간 누나는 하늘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동생을 발견하고는 슬퍼하다가 따라 죽었다. 누나가 죽은 자리에서 꽃 하나가 피었다. 누나가 들었던 초롱을 꼭 닮았다. 금강초롱꽃은 중부 이북 고산지대에 산다. 세계적으로 2종뿐이 없다는데 그들 모두 우리나라에 자생한다는 매우 희귀한 식물이 금강초롱꽃이다.
벌써 가을이 저쯤에서 서성대는 9월, 설악에서 만난 나의 금강초롱꽃이 생각난다. 십여 년 전이다. 비 내리는 설악이 그리워 울컥하는 마음에 배낭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수렴동계곡의 마타리와 노루오줌풀꽃이 피는 갈림길에서 오세암 길로 들어섰다. 비 탓이었다. 나는 험한 가야동계곡 대신 마등령 길을 택했다. 비가 심상치 않았다. 오세암에서 마등령까지는 한 시간 반 거리.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있을 때다. 머리 위에서 번개와 천둥이 짐승처럼 번쩍이며 울었고, 비는 점점 사나워졌다.
더는 못 가고 바위 곁에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을 때다. 무릎 앞에 앉아 내 코를 간지럽히는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게 바로 금강초롱꽃이었다. 설악에 금강초롱꽃이 거처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빗방울에 흔들릴 때마다 비 냄새와 함께 아련히 풍겨나던 그 자주꽃 향기.
비가 잦아들어 다시 산을 오르며 보니 산비탈이 온통 금강초롱꽃 천지였다. 산이 아니라 먼 우주를 가다가 만나는, 노을 위로 뜨는 별무리 같았다. 이윽고 피어나는 산안개가 굼실굼실 산비탈을 감싸 안으면서 나무도 꽃도 산도 나도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그때의 그 일이 신비로워 그 해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설악을 찾았다. 가급적이면 대청봉보다는 마등령을 탔다. 그건 순전히 오세암 뒷등에 피던 금강초롱꽃 때문이다. 근데 설악을 찾지 못한 지 벌써 이태가 됐다. 9월이 가기 전에 금강초롱꽃을 만나러 가야겠다.
볼수록 예쁘고 곱다. 빗속 고갯길에서 찍은, 채 하루도 안 된 꽃 사진이라 꽃빛이 싱그럽고 깨끗하다. 휴대폰을 흔들면 초롱꽃 향기가 날려 나올 것처럼 자태가 곱다.
옛날 강원도 어느 산골에 오누이가 살았단다. 동생은 아픈 누나의 병을 고치려고 깊은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다녔고, 그러던 중에 한 노인을 만났다. 사연을 들은 노인 왈, 달 속에 사는 계수나무 열매를 먹으면 누나의 병이 나으리라, 했다. 동생은 금강산 비로봉에 올라 하늘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고, 그때 마침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선녀를 보았다. 그도 얼른 그 사다리를 타고 달에 올라 계수나무 열매를 얻었다.
그럴 무렵, 암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찾으러 초롱불을 켜 들고 금강산에 간 누나는 하늘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동생을 발견하고는 슬퍼하다가 따라 죽었다. 누나가 죽은 자리에서 꽃 하나가 피었다. 누나가 들었던 초롱을 꼭 닮았다. 금강초롱꽃은 중부 이북 고산지대에 산다. 세계적으로 2종뿐이 없다는데 그들 모두 우리나라에 자생한다는 매우 희귀한 식물이 금강초롱꽃이다.
벌써 가을이 저쯤에서 서성대는 9월, 설악에서 만난 나의 금강초롱꽃이 생각난다. 십여 년 전이다. 비 내리는 설악이 그리워 울컥하는 마음에 배낭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수렴동계곡의 마타리와 노루오줌풀꽃이 피는 갈림길에서 오세암 길로 들어섰다. 비 탓이었다. 나는 험한 가야동계곡 대신 마등령 길을 택했다. 비가 심상치 않았다. 오세암에서 마등령까지는 한 시간 반 거리.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있을 때다. 머리 위에서 번개와 천둥이 짐승처럼 번쩍이며 울었고, 비는 점점 사나워졌다.
더는 못 가고 바위 곁에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을 때다. 무릎 앞에 앉아 내 코를 간지럽히는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게 바로 금강초롱꽃이었다. 설악에 금강초롱꽃이 거처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빗방울에 흔들릴 때마다 비 냄새와 함께 아련히 풍겨나던 그 자주꽃 향기.
비가 잦아들어 다시 산을 오르며 보니 산비탈이 온통 금강초롱꽃 천지였다. 산이 아니라 먼 우주를 가다가 만나는, 노을 위로 뜨는 별무리 같았다. 이윽고 피어나는 산안개가 굼실굼실 산비탈을 감싸 안으면서 나무도 꽃도 산도 나도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그때의 그 일이 신비로워 그 해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설악을 찾았다. 가급적이면 대청봉보다는 마등령을 탔다. 그건 순전히 오세암 뒷등에 피던 금강초롱꽃 때문이다. 근데 설악을 찾지 못한 지 벌써 이태가 됐다. 9월이 가기 전에 금강초롱꽃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