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

by 정운 스님 2018.09.04

글을 읽는 중에 ‘17세기 어느 유학자가 남긴 좌우명’이라는 내용이 있어 독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 글을 소개한다. 필자가 사무직에 근무하거나 책임 있는 일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아랫사람과의 인연이나 관계에 눈을 돌리게 된다.
첫째, 사람의 장점을 처음부터 알려고 하지 말라. 그 사람을 써봐야 비로소 장점이 드러난다.
둘째, 사람의 장점만 눈여겨 보라. 굳이 단점을 알려고 하지 말라.
셋째,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만 쓰려고 하지 말라.
넷째,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작은 허물을 탓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일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다섯째, 사람을 쓸 때는 그를 믿고 일을 완전히 맡겨라.
여섯째,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과 재주를 겨뤄서는 안된다.
일곱째, 어떤 인재라도 반드시 나쁜 버릇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꺼려 인재를 버려서는 안 된다.
여덟째, 사람을 잘 쓰게 되면, 때에 따라 일을 적절히 처리하는 인물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 마쓰하라 타이도[松原泰道]
근자 10여 일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축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합하는 도중이나 끝나고 나서 관심 있게 지켜본다. 게임의 룰을 알아서가 아니라 애국심(?)의 발로인 것 같다. 이틀 전,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축구 경기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가 승리했다. 몇 기사 내용과 유튜브를 통해 하이라이트를 보니, 손흥민 선수는 자신의 득점에 욕심부리지 않고, 자기보다 후배 선수들이 골을 넣도록 어시스트해주었다. 물론 그 경기의 작전상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마음 쓰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자신의 기량을 펼치다 어느 시기에 후배에게 양보할 줄 아는 아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집안에서나 어느 단체, 어느 사회에서건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오류에 빠져 있다. 벌써 10여 년이 넘은 일이다. 경주 어느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H스님이 정년을 몇 년이나 남겨 놓고, 교수직에서 내려왔다. H스님은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오래된 이야기라 필자의 생각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스님은 당신이 계속 교수직에 머물러 있으면, 젊고 뛰어난 인재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자리를 물려준다’는 지론이었다. 당시는 일면식도 없는 스님이었지만, H스님이 존경스러웠다.
봄에 꽃이 피어 그 꽃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여름에 이파리가 무성하다. 그 이파리들도 가을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가을에 열매를 맺는 법이다. 너무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를 버리자. 물러날 줄 알고,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로운 삶. 이 또한 멋진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