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by 정운 스님 2018.08.14

필자가 사는 동네에 야산이 있다. 산 한 바퀴를 도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될 만큼 제법 큰 야산이다. 주변 인근 동네 사람들까지 등산을 하며 심신을 단련시키는 요지이다. 필자도 일주일에 3차례 정도 산에 오른다. 그런데 봄마다 보는 일이지만, 아저씨들이 종종 개나리 나무토막이나 다름없는 가지를 잘라서 산 듬성듬성 곳곳에 심는다. 처음에는 죽은 가지나 다름없는데 꽃이 필까?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묘하게도 심은 가지에서 개나리꽃이 핀다. 올해도 한 아저씨가 수많은 가지를 들고 산으로 오르더니 산어귀 곳곳마다 땅에 박았다. 필자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아저씨가 이런 답변을 하였다.
“이렇게 개나리 가지를 꽂아 놓으면, 올봄에 꽃이 핍니다. 이 꽃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좋은 일, 하신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또 이런 일을 겪었다. 종종 아저씨들이 비닐봉투와 집게를 들고 산을 다니며, 휴지나 병을 주웠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어서 처음에는 ‘알바를 하시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비닐봉투에 휴지를 담는 분을 보고, 어떻게 해서 휴지를 줍느냐고 물었다. 그분은 이런 답변을 하였다.
“내가 평생 살면서 자연의 혜택을 받고 살았으니, 나도 뭔가 자연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서 이렇게 합니다.”
며칠 전 산에서 이런 일을 겪은 즈음, 인터넷에서 훈훈한 기사를 읽었다. ‘임산부에게 감동을 준 택시기사님’이라는 제목이었다. 글쓴이는 이날 친구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런데 운전 기사가 운전에 집중하기보다 팔걸이 쪽 수납공간에서 얇은 점퍼를 꺼내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녀는 ‘운전 중에 왜 저렇게 산만할까? 빨리 달리기나 하지!’라고 생각했다. 이때, 운전 기사님이 불쑥 그녀에게 “임산부냐?”고 물었다. 그녀가 그렇다고 대답을 마치자, 기사님이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애 안 낳으려고 하는데 대단하시고, 좋아 보입니다.”
그러더니, 기사님은 자신의 점퍼 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주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그 봉투를 건네받았다. 봉투를 열어보니, 봉투 안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순산을 기원합니다.”
그녀가 마침 내릴 때가 되어 택시비를 건네자, 기사님은 택시 요금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사님은 가끔 임산부가 택시 탈 것을 예상하고, ‘순산하라’는 내용의 봉투를 몇 개 챙겨갖고 다니다 봉투를 임산부에게 건넨다고 하였다. 그녀는 기사님의 말을 듣는 순간, 감사하고 오해한 것에 미안해했다. 택시비도 받지 않겠다고 하여 몇 차례 실랑이를 하다가 겨우 그녀는 택시비를 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자비심이 깊은 행동을 보살행이라고 본다. <유마경>에는 “모든 중생을 대할 때 평등한 마음으로 겸손을 잃지 않아야 하며, 모든 이들을 부처님같이 섬기라”고 하였다. 성경에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명언이 있다.
이 세상에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 따뜻한 분들이 많다. 꽃보다 아름다운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걱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