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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의 여왕이 아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 아니다

by 강판권 교수 2018.05.21

5월이면 신문과 방송에서 변함없이 ‘계절의 여왕 5월’을 얘기한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중얼거린다. ‘계절의 여왕 5월’은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 말은 애초부터 모순이다. 5월과 계절은 단위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5월은 12개월 중 한 달을 의미하고, 계절은 사계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5월은 사계절 중 봄에 해당한다. 그러니 굳이 5월의 특징을 표현하자면 ‘봄의 여왕 5월’이다.
5월을 ‘여왕’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개 나무의 푸른 잎 때문일 것이다. 5월에 이르면 대부분의 나무들은 연두색의 잎을 녹색으로 만든다. 그래서 갈잎나무들이 살고 있는 산의 경우 초봄까지 속살을 보이다가 5월에는 나뭇잎 덕분에 속살을 볼 수 없다. 그러나 5월에 나무들이 잎을 푸르게 만들더라도 5월이 여왕일 수는 없다. 열두 달은 각각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달이든 그 달만의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지름길이다. 1년 동안 살면서 5월만 기다린다면 나머지 11개월은 불행하기 때문이다. 내가 ‘계절의 여왕 5월’을 비판하는 것은 특정한 달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 탓에 인간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기념일에서 보듯이 인간은 특정한 날에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기념일은 인간의 삶에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특정 계절에 의미를 두는 것은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황폐하게 만든다.
계절은 우주의 운행에 따른 것이다. 어떤 계절이든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간의 삶은 불가능하다.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절의 특성에 따라 삶이 바뀔 수밖에 없다. 사계절이라는 단어조차 사계절의 영향이다. 만약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나라의 경우에는 봄과 가을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수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용어는 사계절이 낳은 산물이다. 그래서 사계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큰 축복이다. 사계절 덕분에 아주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언어의 사용은 풍부한 사고를 낳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수한 능력도 사계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계절의 여왕 5월’은 창의성을 방해하는 말이다.
계절과 달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하는 순간,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5월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달마다 생겨 1년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절의 여왕 5월’에 갇혀 11개월의 가치를 놓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4월도 5월만큼 아름답고, 6월도 5월만큼 멋지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혜의 눈이 열린다. 지혜는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하다. 지혜는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면 저절로 생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삶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입에 올리지만 않아도 누구나 매일 매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