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나는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by 한희철 목사 2018.04.18

부산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열하루 DMZ를 따라 걸은 이야기를 한 뒤,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스페인의 산티아고라면 몰라도 어찌 DMZ를 따라 걸을 생각을 했느냐며 적지 않은 이들이 궁금해했습니다. 그 길을 걸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자신도 그 길을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갈등과 상처로 분단된 이 땅의 아픔을 ‘호는’(헝겊을 겹치어 바늘땀을 성기게 꿰매는 것을 우리말로 ‘호다’라고 합니다)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누구라도 그 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으면 깊은 생채기로 갈라졌던 이 땅이 조금씩 하나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대답을 할 때, 그렇게 말하는 마음에 간절함이 담겼습니다.
북콘서트 말미에 걷기 지도를 하고 있는 분이 나와서 올바로 걷는 것에 대해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걷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올바로 걷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걷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올바로 걷는 것에 대한 강좌도 당연히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강사의 이야기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걷기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조건 걸으려 할 뿐 올바로 걷는 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올바로 걷는 것일까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강의 내용 중에서 마음에 와닿은 것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올바로 걷고 있는지 아닌 지를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나 구두를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뒷굽의 한쪽 면이 닳고 있다면 바로 그것이 잘못 걷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내가 올바로 걷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서서 제 자리를 걷는다 생각하고 50보 정도를 걸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 뒤에 눈을 떠서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보면 확실하게 확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강사가 들려준 대로 걷기를 해보았습니다. 눈을 감고 편안한 마음으로 제자리를 걸은 뒤 눈을 떴더니 이게 웬일이겠습니까? 처음 걷기 시작한 자리보다 저만치 앞에 가 있었고, 방향도 내가 서 있던 방향에서 우측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 일은 내게 걷기 자체보다도 우리 삶의 자세에 대한 가르침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지금 똑바로 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나와 다르게 사는 이들을 부정하거나 비난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똑바로 올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일 뿐, 실제로는 내가 틀릴 수도 있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바른길을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