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

by 정운 스님 2018.04.17

몇 달전에 인터넷에 훈훈한 해외 뉴스가 담겨 있었다. 미국 뉴저지에서 일하는 두 소방관[팀 영과 폴 홀링스]과 식당 여종업원의 이야기였다. 두 소방관은 밤새도록 화재진압을 마치고, 현장 근처 식당에서 커피와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밥값 계산서를 보고 놀랐다. 계산을 마친 계산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메모가 있었다.
“두 분 아침 식사는 제가 대접할게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곳으로 출동해서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해주셨군요. 두 분은 용감하고, 듬직합니다. 이 사회의 거칠고 힘든 일을 맡아 주셔서 고마워요! 불 앞에서 샘솟는 힘과 용기로 무장한 두 분은 훌륭한 사회의 본보기입니다. 오늘은 푹 쉬세요!”-리즈-
두 소방관의 대화를 엿들었던 식당 여종업원이 감사의 편지와 함께 아침 식사비를 대납한 것이다. 감동한 두 소방관은 이 일을 SNS에 올려 주변에 알렸다. 그러다 우연히 두 소방관은 여종업원의 아버지가 5년 전부터 사지 마비 증세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휠체어에 의지한 상태였고, 혹 이동하려면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탈 수 있는 자동차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두 소방관은 그녀의 아버지를 위해 모금 활동을 벌였다. 차츰 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단 며칠 사이에 실제로 필요한 17,000달러보다 훨씬 많은 70,000달러의 기부금이 모였다. 여종업원 리즈는 ‘그저 소방관에게 감동받아 식사 대접한 것뿐인데, 더 큰 은혜를 받게 되어 행복하다.’는 답변이었다.
근자에도 한 초등학생의 선행이 알려졌다. 경남 창원의 한 육교에서 자율방재단원들이 비를 맞으며 시설물을 정비하고 있는데, 여기를 지나가던 초등생이 자신은 정작 비를 맞으면서 일하는 아저씨들에게 우산을 씌어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요즘 매체를 통해 온통 불편한 뉴스뿐인데 훈훈한 소식을 접하니, 한결 마음이 따스해진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에게 선을 베푸는 이들, 이런 사람들을 두고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금강경』 에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제자의 질문에 부처님은 “보살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었으되 베풀었다는 관념을 두거나 집착하지 말라[無住相布施]”고 답변하셨다. 그러면서 경전에는 어떤 대상에 집착하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베푼다면, 감히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복덕이 광대하고 무량하다고 하였다. 앞의 이야기들과 견주어 보니, 경전의 말씀이 딱 들어맞는다.
또 『마태복음』에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였다. 종교 경전에 이런 선행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늘 ‘자기’라는 아만심과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이 없이 삭막하게 살아간다. 마음을 열자!! 그리고 한 박자 느리게!!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마음의 공간이 있다면, 이 세상은 그대의 진정한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