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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0명’ 지방 소멸 위기

‘신생아 0명’ 지방 소멸 위기

by 이규섭 시인 2018.03.30

‘신생아 0명’. 아기 울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은 지역이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3496곳 가운데 17곳은 지난해 아기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2010년 2개 지역에서 7년간 15곳 늘었다. 특히 경남 고성군은 3개면에 걸쳐 태어난 아기가 한 명도 없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 가운데 1개면은 지난해 출생 0명에 사망 32명으로 인구가 가파르게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25년 뒤 농촌지역 읍·면·동 열 곳 중 한 곳은 인구가 반 토막 나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예측이다.
한 중앙 일간지의 ‘신생아 0명’ 지역 르포 기사는 충격적이다. 면사무소에 들리니 직원 15명 만 있고 주민은 보이지 않았다. 이발소, 방앗간, 다방, 술집, 식당, 슈퍼마켓 등 면사무소 주변 상가 건물들은 하나같이 1990년대 문을 닫았다. 어느 산간 마을은 아기 울음 들어본 지 8년 넘었다면서 “젊은 사람이 없는데 아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겠느냐”라는 주민 할머니의 푸념을 소개했다.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 수준이다. 1970년대 출생아 수는 한 해 100만 명 넘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이던 시절이다. 지난해는 겨우 35만 7700명이 태어났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명까지 떨어졌다. 여성 1명이 평생 1명밖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12년 뒤엔 초고령 사회인 일본과 같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좋은 노인 요양병원에 입소하려고 기다리는 ‘대기 노인’들이 어린이집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 아동의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학교는 해마다 줄어들고 요양원은 늘어나고 있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주 여성을 포함하여 젊은 여성 유치에 안간힘을 쓴다. 청년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출산장려금 지원 확대, 임신에서 양육까지 일괄 지원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것은 일자리와 소득이 있어야 농어촌을 찾아갈 것이 아닌가.
청년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귀농을 하고 싶어도 농사 말고는 소득을 올릴만한 일거리가 없다. 병원도 학원도 위락시설도 없는데 젊은 부부들이 귀농을 하겠는가. 텃세가 심해 정착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은퇴자들의 귀농은 농촌인구 증가에 보탬은 될지언정 출산율 기여와는 무관하다. 아이 놓고 살만한 농촌 만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지방 소멸’의 저자 마스다 히로야의 지적처럼 “지방에 매력적인 고용기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저출산 극복에 126조를 쏟아부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새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아동수당 10만 원을 지원하고, 가정의 육아를 돕기 위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수당 10만 원 보고 아이를 낳겠는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혼비용과 자녀 양육비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