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이미 봄은

이미 봄은

by 김민정 박사 2018.02.26

기다리는 자에게는 일찍부터 닿아 있다
싸아하게 짜릿하게 톡톡 튀며 오는 봄이
두꺼운 겨울 외투의 단추를 풀고 있다
밑동부터 피가 돌아 봄버들은 가려운 지
줄기를 출렁이며 어깨춤이 한창이다
바람도 가속도가 붙어 페달 힘껏 밟는다
- 졸시, 「이미 봄은」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다.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도 무사히 끝났다. 남쪽으로부터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제주로부터는 유채꽃과 동백꽃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유난히도 매섭고 길었던 겨울이었음에도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고,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였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또한 처음에는 무관심하던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도 받으며 성공적으로 세계대회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설 연휴가 지나서도 조금은 쌀쌀하고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후끈한 열기로 그 추위조차 녹이며 보냈던 것이다.
올림픽 축제에서 한국은 기대했던 것만큼 높은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끝냈고, 이제는 꽃 피는 봄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신석정의 대춘부(待春賦)라는 시를 가만히 외워보기도 한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은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 신석정의 「대춘부」 전문’
기다리는 사람에겐 이미 봄은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봄처럼 새롭게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봄은 시작되었고, 그들의 착실한 계획 속으로 모든 것은 순조롭게 굴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 기회를 포착하여 마음먹은 대로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깨끗하게 마무리 지음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 다시 한 번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 세계의 경기를 유치할 수 있는 한국의 실력을 부끄럽지 않게 보여주었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IT강국답게 개장식부터 세계로부터 감탄과 찬사 속에 시작했고, 세계 선수들의 재량과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어 빛나는 경기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는 그것을 발판으로 세계 속으로 한국의 힘을 키워나갈 때이다.
겨울처럼 웅크렸던 마음들을 떨쳐내고 따스한 봄바람에 수많은 꽃들이 꽃을 피워내듯이 자신감 있게 세계무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힘을 보여주며 세계 속의 주역으로 나아가 세계 속에서 한국인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차례인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이번 평창 올림픽의 진정한 가치와 평가는 실현될 것이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의 보람은 더해 갈 것이다.
추운 겨울 우리는 잘 준비하고 버텨냈으니 곧 다가올 봄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며 꽃들은 더욱 찬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