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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 빠진 유아동 구하기

폰에 빠진 유아동 구하기

by 이규섭 시인 2018.02.23

네 살짜리 뒷집 손자는 스마트폰을 잘 다룬다. 가끔 우리 집에 오면 “할아버지∼”부르며 옥탑방에 올라온다. 어느 날 아빠가 쓰던 휴대폰에 로봇 태권브이 동영상을 내게 설명해가며 보여준다. “아빠가 다운 받아 준거야?” 물었더니 “내가 했어요.”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스마트폰 많이 보면 눈 아야 하니까 조금씩 봐야 한다” 타일렀다.
뒷집 손자보다 한 살 더 먹은 손자는 스마트폰을 놀이기구 삼는다. 미니카를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 놓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뒤 “할아버지 미니카 찾아보세요.” 과제를 준다. 사진 보관함을 자유자재로 뒤져 보기도 하고 혼자 이야기를 펼치며 셀카 동영상도 찍는다. 스마트폰에 일찍 눈뜨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아이들이 아날로그 세대의 눈엔 신통방통하다.
스마트폰과 가까워지는 건 좋지만 너무 빠져들면 문제다. 유아동(3∼8세)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중독 현상)이 10명 중 2명꼴로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발표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동이 스마트폰 과의존 증상을 보일 경우, 운동 기능이 저하되는 등 신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보화진흥원의 설명이다. 스마트폰 영상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미취학 아동의 2%는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경서 교수(을지대 유아교육학과)의 연구결과 부모가 젊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비상근 직군일수록 자녀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이 높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이유가 교육적 가치(34%) 보다 유아가 재미있어 하기 때문(40%)이라는 응답이 더 많다. 유아동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은 부모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보면 엄마들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준 뒤 수다를 떤다. 아이는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엄마를 잠시 잊는다. 아이가 칭얼거리면 달래려고 휴대폰을 준다. 소파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도 스마트폰을 주니 사용빈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빼앗을 때 심하게 울거나 투정 부리면 중독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스마트폰 과의존 해결 방법 역시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미국 소아학회는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책을 읽으라고 권고한다. 스마트폰을 많이 본다고 화를 내어서도 안 된다. 사용을 중단시키려면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하면서 보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당부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스마트폰 과의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스마트폰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스마트폰 사른 사용 실천 가이드’를 제작하여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http://www.iapc.or.kr)에 들어가 보니 영유아(0∼5세)용 등 5종의 가이드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과의존 상태가 심한 아이를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사전 예방과 적절한 통제가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