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 박항서의 지도력에 베트남 국민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사다. 양국에서 박항서를 ‘영웅’으로까지 평가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의 우수한 성적 때문이지만, 박항서 감독의 지도방법도 중요한 요인이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의 우수한 성적도 따지고 보면 박항서 감독의 지도방법 덕분이다. 특히 내가 그의 지도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교육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박항서의 지도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겸손은 평소 성찰하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덕목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일을 좋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 아니라 좋은 결과를 독점하지 않고 선수와 주변 사람들에게 돌린다. “공을 이루면 몸을 물린다[功遂身退]”는 노자의 말처럼 실천하는 자는 늘 겸손하다. 박항서 감독의 지도법 중에서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선수들의 능력을 드러내는 관찰력이다. 그는 체격이 크지 않는 베트남 선수들의 특징을 고려해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식단을 짰다. 베트남 국가 대표들의 체격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체력은 어떤 조건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그의 관찰력은 아주 간단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운동선수의 경우 체격은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 축구의 경우 서양 선수와 동양 선수의 중요한 차이도 체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축구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체격 차이만이 아니라 축구의 역사와도 관계가 있다. 축구는 서양에서 출발한 탓에 서양인들은 일찍부터 축구에 익숙하다. 그러나 동양의 경우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역사가 서양에 비해 아주 짧다. 그래서 동양의 축구 관련 기술은 서양에 비해 열악하다. 앞으로도 동양의 축구 수준이 서양의 축구 수준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동양의 축구가 서양의 축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서양 축구의 장점을 수용함과 동시에 동양만의 축구를 연구해야 한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를 통해 동양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박항서의 지도 방법은 베트남 국가 대표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베트남 국가 대표들의 심성을 꿰뚫어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다. 그는 베트남 국가 대표들의 성실성과 강한 정신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진심으로 대화했다. 더욱이 그는 베트남의 문화를 수용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경기 전 국가를 부를 때 베트남 선수들과 똑같이 유니폼에 새겨진 국기에 손을 얹는다. 박항서의 이러한 태도는 그동안 베트남의 외국 감독들에게 찾아볼 수 없었다. 지도자의 덕목 중 하나는 솔선수범이다. 그래야만 선수들이 감독을 믿는다. 믿음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원동력이다.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공자가 군사 활동에서 믿음[信]을 군대[兵]와 군량[食]보다 소중하게 여긴 것을 상기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