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악어와 민들레에게 배우자

악어와 민들레에게 배우자

by 한희철 목사 2018.02.14

절기로 ‘입춘’이 지났으니 지금쯤엔 끝이 나지 않았을까요, 올겨울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기온이 급강하하여 마침내 영하 38도, 체감기온은 무려 영하 70도까지 떨어졌다니 상상이 되지를 않습니다. 기온으로 보자면 남극보다 더 추운 지역이 생겨난 셈이어서, 누리꾼들은 웬 빙하기냐며 놀라워했습니다.
추위로 인한 피해도 컸다고 합니다. 그만한 추위에 피부를 그대로 노출하면 10분 안에 동상에 걸릴 수가 있다고 하는데, 이번 한파에 심장마비와 동상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적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추위를 피하지 못하고 얼어 죽은 동물들도 많았다니 추위로 인해 고통을 겪은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습니다.
강추위 속에 발생한 크고 작은 피해의 모습 중에서 하나의 진귀한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파로 인해 꽁꽁 얼어버린 연못에서 얼음과 함께 얼어붙은 악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악어는 주둥이 부분만 연못 밖으로 쭉 내민 상태에서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아, 마치 나무 기둥 하나가 얼음 위로 솟아오른 것 같은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설명이 없이 사진만 보았다면 사진 속 주인공이 악어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든 드문 모습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추위를 피하지 못한 악어가 연못 속에서 얼어 죽고 말았구나 싶었는데, 설명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로 고개를 내민 악어의 모습 속에는 흥미로운 비밀이 숨어있었습니다. 악어는 얼어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었습니다.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습니다. 기온이 떨어져 연못이 얼게 되면 악어는 고개를 물 밖으로 내밀어 마치 얼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활동을 재개한다는 것입니다.
악어는 일종의 동면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포유류의 대부분은 가을철 먹이를 맘껏 먹어 몸을 불린 뒤 겨울잠에 들어가지만, 악어는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주위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입니다. 혹한기를 맞은 악어는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거의 죽은 상태처럼 되어 겨울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은 식물인 민들레에게서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마르면 민들레는 깊숙이 뿌리를 뻗어 물기를 찾습니다. 그런데 깊이 뿌리를 내려도 물기를 찾을 수가 없을 때, 민들레가 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더 이상 자라기를 멈추는 일입니다. 물기를 찾지 못하는데 자라기만 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자라기를 멈춰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매서운 추위와 극심한 가뭄과 같은 고난이 우리에게도 찾아옵니다. 견디기가 어려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악어와 민들레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우리의 추위와 가뭄을 얼마든지 이겨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