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소망 풍선 날리기

소망 풍선 날리기

by 이규섭 시인 2018.01.05

새해 첫날, 어둠을 헤치며 해맞이하러 나섰다. 집에서 가까운 매봉산(110m)은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둘레 길을 조성하고 자락길을 꾸며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은 코스다.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오월엔 아카시아 꽃이 짙은 향기를 뿜어낸다. 들머리 미나리꽝에 조성한 습지생태공원은 여름이면 부들과 갈대가 무성하고 연꽃이 미소 짓는다.
들머리 작은 광장엔 무술년(戊戌年)의 주인공 강아지 복장을 한 캐릭터와 사진 찍는 포토존을 마련해놓았다. 엄마아빠를 따라 나온 어린이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 약수터 배드민턴장엔 소망 풍선 기원문 쓰기가 한창이다. 지난해는 풍선이 바닥나 올해는 서둘러 도착하여 노랑풍선 하나를 받았다. 노란 쪽지에 ‘가족 모두 건강한 가운데 소망하는 일 술술 풀리게 해주세요.’ 적었다.
매봉산 정상 부근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빼곡하다. 헬리콥터장인 정상에 서니 남산N타워와 관악산이 보이고 여의도 63빌딩과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선명하다. 풍물패의 사물놀이, 해맞이 축시 낭송, 남성중창단 공연이 분위기를 띄운다. 동녘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든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태양이 해맑은 얼굴로 관악산 능선으로 떠오른다. 08시 04분. 서울의 일출 예정시각 07시 47분 보다 늦다. 둥∼둥∼둥∼ 큰 북이 크게 울린다.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와∼” 함성을 지르며 소망 풍선을 날린다. 풍선은 동녘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아득히 바라보니 새떼 같다. 바리톤의 ‘오! 솔래미오’가 울려 퍼지며 해맞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2018년 무술년은 황금 개띠 해라고 한다. 10간(干)의 무(戊)는 오행사상의 흙에 속하니까 황색, 12지(支)의 술(戌)은 개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팍팍한 세상 넉넉해지기를 바라는 황금빛 희망이 오롯이 담겼다.
세월과 함께 꿈도 늙는다. 젊은 날의 초록빛 꿈이 중년엔 갈색으로 변하더니 나이가 드니 채도(彩度)는 없고 명도(明度)만 남은 무채색이 된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절실한 바람은 퇴색되고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변한다. “건강하게 해달라”는 포괄적 소망이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지 않게 해 주세요” 구체화 된다.
총명하고 충직한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수렵할 때는 사냥꾼으로, 초원지대에서는 양몰이와 파수꾼으로, 북극에서는 썰매를 끌며 인간과 더불어 산다. 이슬람국가의 개들은 거리에서 자유분방한 삶을 누린다. 개는 충성과 의리의 상징이자 비천함의 상징으로 양면성을 띤다. 못 먹는 살구는 ‘개살구’, 기지 떡 만들 때 사용하지 못하는 맨드라미는 ‘개맨드라미’라고 한다. 천덕꾸러기 험구(욕)엔 개가 등장한다. ‘×새끼’, ‘개 보다 못한 ×’ 같은 취급을 한다.
우리나라 반려견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 가족 같은 사이다.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펫티켓(펫+에티켓)’ 지키기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사람과 반려견의 행복한 동행처럼 사람과 사람사이도 서로 의지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돈독하게 더불어 살았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