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어머니의 종교, 나의 종교

어머니의 종교, 나의 종교

by 정운 스님 2017.12.12

11월 말, 청룡 영화제 시상식이 있었다. 필자가 이런 시상식에 관심을 가질 만큼 흥미도 없지만, 배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 이 시상식이 소개되었는데,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올해 77세의 나문희 씨였다. 그녀가 그 연세에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데,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존경스럽다.’는 한 마디면 맞을 듯하다. 그녀는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아흔여섯이신 우리 친정어머니, 어머니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면서 노배우의 그런 말에 어느 누구도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보인다. 간혹 시상식에서 배우나 가수가 종교적 발언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교가 다른 사람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나문희 씨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라고 한다. 유독 나문희 씨만 불교를 택했고, 수십 년 동안 흔들림 없이 자신의 종교를 고수해 신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문희 씨의 말에 재치가 있다는 것을 넘어 그분의 평소 인생관이나 종교관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믿고 있는 종교와 자신이 믿는 종교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노년의 배우는 그것조차 초월해 있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가족끼리도 종교ㆍ정치ㆍ스포츠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내어 다투거나 침범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것이 옳다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문제점을 낳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어떤 종교가 정의로운 것이고, 어떤 종교가 잘못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종교만큼은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종교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깔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빨간 색깔을 좋아한다고 가정하자. 필자가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인데, 그 사람한테 ‘빨간 색깔은 별로 좋은 색깔이 아니니, 내가 좋아하는 파란 색깔로 바꾸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할 수 없다.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글쎄? 필자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대부분 공감하리라고 본다.
종교는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있어 마음의 안식처요,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인생의 활력소이자, 매개체이다. 그러니 종교는 색깔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기독교라는 파란 색깔의 종교인 것이요, 흰색이라는 불교의 색깔이요, 회색이라는 천주교의 색깔이다. 곧 종교도 일종의 그 사람의 취향일 수도 있는 것이요, 인생관이다. 그 사람의 취향과 인생관이 잘못되었다고 어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나문희 씨 입장에서도 어머니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어머니의 종교를 인정하며 존중해준다는 점이다. 곧 종교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지, 그 종교를 비판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전철을 타고 다니는데, 가끔 타 종교인들이 전단지를 내게 준다. 그 전단지를 받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손에 쥐여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니 앞의 나문희 배우의 말이 얼마나 재치 있고, 인생 깊은 이야기인가?
이 세상은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 각기 다른 취미 등 각양각색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주고 서로 존중해주는 것, 상대의 종교를 이렇게 바라본다면,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