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입동 무렵

입동 무렵

by 김민정 박사 2017.12.04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동을 서두른다
온몸으로 느껴보는 저만치 산의 숨결
거룩한 부활을 꿈꾸는 발걸음이 눈부시다
짙어진 갈색으로 불타는 단풍 빛으로
그들이 전하는 말 낱낱이 새겨 가며
엄전한 경전의 길로 나도 가만 걸어간다
끝도 시작도 없는 거울 속을 돌아 나온
섬돌 아래 풀벌레도 동안거에 드셨구나
초겨울 둥근 물소리 가을볕을 안고 간다
- 졸시, 「입동 무렵」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시작되었다. 입동이 시작된 지도 한참 되었고, 첫눈이 내린 지도 며칠이 지났다. 무성하던 나무의 잎새도 다 떨어지고, 불타는 단풍 빛의 산도 조용한 침잠의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다. 요란하던 풀벌레의 울음도 이미 사라져 또 어느 윤회 속을 떠돌고 있는 것인지…. 청량한 초겨울의 햇살만이 냉랭하고 맑다. 아침마다 성에가 하얗게 끼는 자동차 유리창을 바라보면서 안과 밖의 습도 차이, 온도 차이를 생각한다.
정유년 한 해 우리에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해마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 연말이 되면 그것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궁금해진다. 내가 계획했던 일은 무엇이고, 그 계획들은 다 이루어졌는가? 사람들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성취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크나큰 복이고 행운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운 1년의 계획은 건강과 시간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만 모두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세운 1년의 계획을 다 마칠 수 있었고 성취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충실했다는 의미도 되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어 그 사람은 무조건 감사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계획을 모두 이룬 것만으로 인간은 만족할 수 있을까? 자신의 계획이 극단적으로 이기주의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라면 그것은 성취하고도 만족을 얻거나 자신이나 이웃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기는 힘들 것이다. 자기발전을 위해 또는 주변의 행복에 기여하는 일을 성취했을 때라야만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함께 기뻐해 줄 것이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생명만 부지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을 위해, 또는 이웃을 위해 무엇인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성취와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갈 때 참다운 삶,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도 모든 날을 후회 없이 반듯하게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때로는 무의미하게, 자신에 대한 부정의 감정, 또 이웃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며 보낸 시간도 많을 것이다. 설령 우리들에게 그러한 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우리는 자신에게,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작든 크든 이웃에 도움이 되는 삶을 지향하고, 그러한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앞으로 살아갈 나의 날들도 이웃에게,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날들이기를 바라며 정유년 12월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