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철 물고기' 헤엄치다

'철 물고기' 헤엄치다

by 한희철 목사 2017.12.01

주변을 둘러보면 사방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우울한 일들이 많지만,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듯이 들려오는 뜻밖의 소식은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처럼 우리의 마른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 했던 생텍쥐페리의 말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철 물고기’(Iron Fish) 이야기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철 물고기를 만든 사람은 개빈 암스트롱이라는 20대의 청년입니다. 생물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겪고 있는 기아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가 철분입니다. 체내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성분으로써, 산소를 각 조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면서도 비타민과 같이 일부러 챙겨 먹지 않는 영양소 중의 하나인데, 우리 몸에 철분이 부족하게 되면 어지러움이나 빈혈로 인해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철분이 부족해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암스트롱은 ‘철분 결핍증 구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중 비싼 철분 보충제 대신 값싸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쇳덩어리 영양제’를 고안해 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재활용 고철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면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철분 결핍증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기가 막힌 생각을 한 것이지요.
암스트롱은 동료들과 연구진을 설득해 ‘럭키 아이언 피쉬(Lucky Iron Fish)’라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그런 뒤 인구 절반인 600만 명이 철분 부족을 겪고 있는 캄보디아를 돕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깊은 산중에 자리 잡은 샘물이 냇물을 이루듯이 한 번 시작된 선한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물고기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그는 재활용 고철을 녹여 약 7.6cm의 철 물고기를 만들었습니다. 철로 만든 물고기를 캄보디아 지방에 사는 수백 명의 주민에게 공급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년의 시간이 지난 뒤 확인을 해보니 철 물고기를 사용한 사람 중 절반 이상에게서 빈혈 증세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철 물고기는 사용하는 방법도 너무도 간단합니다. 요리를 할 때 철 물고기를 음식 재료와 함께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철 물고기를 넣고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4~5명 한 가족 하루 철분 섭취량의 75%가 해결된다고 합니다. 철 물고기로 철분결핍 상태를 벗어난 사람들이 캄보디아에서만 만 오천 가구 9만여 명에 이른다니,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눈여겨본 한 사람의 생각이 수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살려내는 것을 봅니다. 철 물고기는 우리의 마음속을 사랑으로 헤엄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