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죄송합니다”
“세종대왕 죄송합니다”
by 이규섭 시인 2017.10.10
“솔직히 내 말이 맞잖아 ㅇㅈ? ㅇㄱㄹㅇㅂㅂㅂㄱ”
외계인들의 암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외계인인지 헷갈린다. 모음마저 생략한 자음 표현 ㅇㅈ은 ‘인정’, ㅇㄱㄹㅇㅂㅂㅂㄱ은 ‘이거레알반박불가’다. 초성 표기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카톡이나 SNS로 소통한다지만 아리송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자녀와의 소통을 위한 신조어’, ‘복학생을 위한 신조어’ 안내가 나온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으나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아재 소리 듣지 않으려면 신조어를 얼마나 아는지 테스트하는 설문은 기사화됐다. 제시어 8개 가운데 7∼8개 맞추면 청춘, 1∼2개 맞추면 ‘빼박아재’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소통의 시대에 신조어 남발로 불통이 심하다 보니 용어풀이 안내까지 등장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신조어인지 어처구니없다.
예전의 신조어는 유머와 풍자가 담겼다. 퇴직을 앞둔 무렵 유행했던 신조어 가운데 ‘화백’과 ‘불백’이 있었다. 은퇴 이후 골프치고 해외여행 다닐 수 있으면 ‘화려한 백수’,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산에 오르면 ‘불쌍한 백수’다. 요즘은 ‘갓수’로 진화됐다. ‘God+백수’의 혼성 줄임말이란다. AB+CD=AD 원리를 원용하여 ‘갓백’이 아닌 ‘갓수’가 됐다는 설명이 있어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세태를 반영한 인문학적 신조어는 서글프다. ‘인구론’은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의미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취업이 안 돼 죄송하다는 자책이 담겼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상대에게 싫증 난 시기를 뜻한다. 은근하게 빠져드는 ‘은사빠’ 사랑이 신중하고 사려 깊어 좋으련만 젊은 세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를 선호한다는 것.
줄임말 신조어는 대충 짐작이라도 가지만 오타를 활용한 신조어는 터무니없다. ‘고나리’는 ‘관리’의 오타라니 누가 알아보겠는가. ‘취향’은 ‘취향 존중’, ‘궁물’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다’, ‘츤데레’는 차가움과 따뜻함의 성향을 동시에 내포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의미라는데, 국적 불명의 혼합된 단어가 혼란스럽다.
인격을 모독하는 신조어도 예사로 판친다.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는 혐오감을 준다. 벌레 취급하는 ‘맘충’(극성 엄마),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노인)은 언어폭력이다. ‘#G’(샵지)는 발음이 시아버지와 비슷하여 시아버지를 비하할 때 쓴다니 인륜을 거스른다.
텔레비전 예능프로는 해괴한 신조어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줄임말과 외국어 남용, 맞춤법 파괴 삼종 세트다. ‘심쿵’(심장이 쿵쾅 거린다) ‘고답이’(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등 자막처리는 청소년들의 언어파괴와 신조어 사용을 부추긴다. 걸그룹에서 솔로 데뷔한 여가수는 신곡 ‘낄끼빠빠’(낄데는 끼고 빠질 데는 빠져라)를 냈다가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니 신조어의 침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한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나라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아름다운 고유 문자를 파괴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571돌 한글날을 앞두고 세종대왕에게 죄송하다.
외계인들의 암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외계인인지 헷갈린다. 모음마저 생략한 자음 표현 ㅇㅈ은 ‘인정’, ㅇㄱㄹㅇㅂㅂㅂㄱ은 ‘이거레알반박불가’다. 초성 표기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카톡이나 SNS로 소통한다지만 아리송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자녀와의 소통을 위한 신조어’, ‘복학생을 위한 신조어’ 안내가 나온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으나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아재 소리 듣지 않으려면 신조어를 얼마나 아는지 테스트하는 설문은 기사화됐다. 제시어 8개 가운데 7∼8개 맞추면 청춘, 1∼2개 맞추면 ‘빼박아재’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소통의 시대에 신조어 남발로 불통이 심하다 보니 용어풀이 안내까지 등장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신조어인지 어처구니없다.
예전의 신조어는 유머와 풍자가 담겼다. 퇴직을 앞둔 무렵 유행했던 신조어 가운데 ‘화백’과 ‘불백’이 있었다. 은퇴 이후 골프치고 해외여행 다닐 수 있으면 ‘화려한 백수’,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산에 오르면 ‘불쌍한 백수’다. 요즘은 ‘갓수’로 진화됐다. ‘God+백수’의 혼성 줄임말이란다. AB+CD=AD 원리를 원용하여 ‘갓백’이 아닌 ‘갓수’가 됐다는 설명이 있어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세태를 반영한 인문학적 신조어는 서글프다. ‘인구론’은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의미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취업이 안 돼 죄송하다는 자책이 담겼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상대에게 싫증 난 시기를 뜻한다. 은근하게 빠져드는 ‘은사빠’ 사랑이 신중하고 사려 깊어 좋으련만 젊은 세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를 선호한다는 것.
줄임말 신조어는 대충 짐작이라도 가지만 오타를 활용한 신조어는 터무니없다. ‘고나리’는 ‘관리’의 오타라니 누가 알아보겠는가. ‘취향’은 ‘취향 존중’, ‘궁물’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다’, ‘츤데레’는 차가움과 따뜻함의 성향을 동시에 내포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의미라는데, 국적 불명의 혼합된 단어가 혼란스럽다.
인격을 모독하는 신조어도 예사로 판친다.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는 혐오감을 준다. 벌레 취급하는 ‘맘충’(극성 엄마),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노인)은 언어폭력이다. ‘#G’(샵지)는 발음이 시아버지와 비슷하여 시아버지를 비하할 때 쓴다니 인륜을 거스른다.
텔레비전 예능프로는 해괴한 신조어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줄임말과 외국어 남용, 맞춤법 파괴 삼종 세트다. ‘심쿵’(심장이 쿵쾅 거린다) ‘고답이’(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등 자막처리는 청소년들의 언어파괴와 신조어 사용을 부추긴다. 걸그룹에서 솔로 데뷔한 여가수는 신곡 ‘낄끼빠빠’(낄데는 끼고 빠질 데는 빠져라)를 냈다가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니 신조어의 침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한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나라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아름다운 고유 문자를 파괴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571돌 한글날을 앞두고 세종대왕에게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