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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신뢰감이 상실된다

거짓말을 하면, 신뢰감이 상실된다

by 정운 스님 2017.08.22

옛날 어떤 사람이 검은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갔다. 그는 매우 소심한 성격에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마침 그가 속해 있는 군대가 수세에 몰리자, 그는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사람은 꾀를 내어 얼굴에 피를 바르고 거짓으로 죽은 것처럼 꾸민 뒤에 죽은 사람들 틈 속에 끼어 있었다. 그가 탔던 검은 말은 적군이 가져가 버렸다. 적군이 모두 떠나자, 그는 부스스 일어나 흰 말의 꼬리를 베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그를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며 그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전쟁에 관한 담화가 오고 가는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자네가 타고 갔던 검은 말은 어디에 있는가?”
“내 말은 전쟁터에서 죽었습니다. 그래서 그 꼬리를 잘라서 왔습니다.”
마을 사람 중의 한 사람이 꼬리를 보고, 말했다.
“자네가 원래 탔던 말은 검은 말인데, 어찌하여 꼬리가 흰색인가?”
그는 한마디도 못 했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불교 경전 <백유경>에 나오는 비유이다. 거짓말을 하면,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이다. 곧 인과법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저 사람이 차라리 솔직히 말했더라면, 용감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겠지만, 적어도 동정은 받았을 테고, 신뢰감은 잃지 않았을 것이다. 불교에서 불자들이나 스님들이 지켜야 하는 계율 중에 ‘거짓말하지 말라’가 있는데,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옛날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 일부 스님들 중에 깨닫지도 못했으면서 사람들한테 자기는 ‘깨달아서 대단한 성자가 되었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거짓말 하는 비구에게 ‘거짓으로 성자를 사칭하는 것은 계율 중 제일 나쁜 것’이라고 하였고, 교단에서 떠나야 하는 매우 엄중한 형벌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친아들인 라후라 스님도 어린 나이에 출가했는데, 절에 들어와서 거짓말을 많이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라후라야, 네가 출가를 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깨진 그릇에 물을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쓸모없는 물건과 같다. 너는 행동을 조심하지 않고 거짓말로 주위 사람을 괴롭혀 왔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물론 살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에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거짓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신뢰, 이는 자신이 타인을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실에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가로막는 장벽과 같은 것이요, 상호 간에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차적인 상징이다. 어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거짓말로 만회하려고 한다면 더 큰 거짓말을 불러들이게 되고, 스스로 화를 자초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거짓말로 자신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