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자식 공부 대신 받는 엄마들

자식 공부 대신 받는 엄마들

by 이규섭 시인 2017.08.11

“덥고 궂은 날씨에도 저희 엄마들을 잘 지도해 주시겠다는 생각만으로 멀리서 힘들게 와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중략> 선생님의 바람대로 올바른 인성을 지닌 아이들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자녀로 잘 키우겠습니다”
NIE(신문활용교육) 강의를 들은 학부모로부터 받은 편지다. 정성 담긴 손편지라 더 살갑다. “친정아버지와 동년배인 선생님의 열성적인 강의와 ‘뉴스 리터러시’ 등 새로운 개념을 배워 유익했다”는 또 다른 엄마의 소감도 폭염 속 지친 심신의 청량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난 3개월간 주 1회 NIE를 집중적으로 강의하기는 처음이다. 경기도 안성시립도서관이 주관한 인문학강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다소 불편하다. 평택까지 열차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갔다.
‘미디어여행 함께 떠나요’를 주제로 강의 콘셉트를 세 가지 방향으로 잡았다. 첫째 생각 열기다. 지난주의 핫이슈와 눈길 끈 뉴스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뉴스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둘째 강의 핵심인 생각 넓히기다. 글쓰기, 스크랩, 진로, 인성 등 소주제에 대한 개념 이해와 함께 관련된 과제 풀기다.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여 향후 자녀와 함께 풀어보게 하려는 전략이다.
셋째 생각 나누기로 자녀 키우기 관심사에 대한 의견 교환이다. 주제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선행학습과 자기주도학습, 휴대폰과 게임 중독, 인공지능(AI)시대의 직업과 진로 등 아이들과 밀착된 주제다. 참석자 가운데 자녀가 두 명, 세 명인 엄마가 6명이나 된다. 인구 절벽시대의 애국자다. 자녀 숫자만큼 자녀교육의 고민이 깊어 참여했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스마트폰 중독에 쉽게 노출되어 엄마들의 고민은 깊다. 초중고 세 명의 아이를 둔 엄마는 휴대폰 사용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한 뒤 지키도록 유도한다. 휴대폰 충전도 거실에서 하도록 규칙을 정했다. 아이들이 제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으면 혹시 게임을 하거나 야동을 보는 건 아닌지 걱정되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한 여중생 엄마는 2학년인 올해 성적 향상 기념으로 휴대폰을 사줬다니 모녀의 인내심이 놀랍다.
사교육은 학생뿐 아니라 부모들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나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는 게 공통된 심리다. 한 엄마는 뒤처지는 과목 위주로 학원에 보내 보충하려 했지만,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으로 따라잡겠다고 고집하여 걱정이라고 한다. 엄마들로부터 생생한 자녀교육의 노하우를 오히려 내가 배운 소중한 시간이다.
미디어의 발달과 언론 매체 다양화로 뉴스 생태계가 크게 변했다. 가짜뉴스와 유사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정보 과잉시대에 품질 좋은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뉴스를 비롯한 정보 전반에 걸쳐 분별력을 기르고, 정보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던 입장에서 생산하는 역량을 갖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게 미디어 교육의 궁극적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