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by 한희철 목사 2017.08.09

점점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고독사’(孤獨死)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외롭게 살다가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것이지요.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삶을 살다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는, 살아 있을 때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 방치되다가 죽어서도 죽은 줄을 몰라 오랫동안 시신으로 혼자 방치되는 것이니, 인간이 맞이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쓸쓸하여 그 정도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분석합니다. 공감이 되는데 생각해보면 누구 하나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에는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 왕자는 어떤 높은 산 위로 올라갑니다. 그가 아는 산이라곤 그의 무릎 높이 밖에 안 되는 세 개의 화산이 고작이었었지요. 높은 산에 올라서면 지구라는 별과 이 별에 사는 사람들 모두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산에 오른 어린왕자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늘 끝처럼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뿐이었습니다.
“안녕.” 혹시나 하고 어린 왕자가 말하자 “안녕...... 안녕...... 안녕......” 메아리가 같은 대답을 합니다. “너는 누구지?” 어린 왕자가 다시 말했을 때,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지......?” 이번에도 메아리가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내 친구가 되어 줘. 나는 외로워.”라는 어린 왕자의 말에 되돌아온 대답도 어김이 없었습니다.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자신에게 돌아오는 메아리를 들은 어린왕자는 이렇게 혼잣말을 합니다. “참 얄궂은 별이군! 메마르고 뾰족뾰족하고 험하고, 게다가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고,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되풀이하니...... 내 별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지.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어린왕자가 지구에 도착해서 겪는 일 속에는 오늘 우리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메마르고, 험하고, 상상력이 없고,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되풀이하고, 먼저 말을 걸 줄 모르는 우리들의 모습이 말이지요.
신학자 폴 틸리히는 ‘쓸쓸함’(loneliness)과 ‘외로움’(solitude)을 구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쓸쓸함’이 홀로 있음의 괴로움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외로움’(고독)은 홀로 있음의 영광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맞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되, 혼자 지내는 이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왕자가 전해주는 비밀 중의 하나는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막과 같은 이 세상에서 “나는 외로워”라는 말을 지울 수 있는 건, 마음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밖에 없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