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여름 하늘과 변화무쌍

여름 하늘과 변화무쌍

by 강판권 교수 2017.08.07

기상은 변화무쌍하다. 우주의 탄생 이래 변화무쌍하지 않은 기상은 없었지만 인간은 예측이 어려우면 기상의 변화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특히 여름 하늘은 변화무쌍한 기상을 관찰하는 데 적격이다. 나는 변화무쌍한 여름 하늘을 무척 좋아한다. 여름 하늘은 다른 계절과 달리 구름의 변화가 아주 많다. 각양각색의 구름 모양만 봐도 무척 아름답다. 아울러 아침과 점심과 저녁, 그리고 흐릴 때와 맑을 때 하늘을 바라보면 나의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나는 카메라로 하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즐긴다. 나무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면 그냥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맛이 다르다.
내가 하늘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변화무쌍한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변화무쌍의 원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여름 하늘의 모습은 변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진리를 증명한다. 그러나 아무리 여름 하늘이 변화무쌍하더라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이 같은 예는 중국 당나라 때 중국 불교를 완성한 혜능의 ‘풍번문답(風幡門答)’이라는 화두(話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날, 혜능이 길을 가다가 스님 두 사람이 논쟁하는 것을 보았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면서 한 스님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죠?”라고 했는데, 다른 한 스님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깃발이 흔들려서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죠?”라고 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면서 한참 동안 논쟁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혜능은 두 스님에게 “너희들 마음이 움직일 뿐이네.”라고 말하고 길을 떠났다.
인간이 하늘을 봐야 하는 것은 하늘이 우주의 원리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우주의 원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삶의 길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여름 하늘을 보면서 변화무쌍한 원리만 생각한다면 낮은 수준이다. 변화무쌍한 여름 하늘의 진정한 모습은 변화무쌍한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하게 만드는 자세다. 변화무쌍은 하늘의 자강불식(自彊不息) 때문이다. 스스로 힘쓰면서 쉬지 않는 하늘의 모습을 정확하게 읽어야만 변화무쌍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의 노자가 인간이 하늘을 닮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하늘의 자강불식하는 자세를 말한다. 매일 한 번이라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하늘의 모습을 닮으려 노력한다면 인간의 삶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인간이 천지를 안다는 것은 곧 삶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삶의 원리를 아는 사람은 결코 불안하지 않다. 현대인들이 매일 매일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세상을 쫓아가기 위해 매일 정보를 검색하지만 정작 세상의 원리를 말없이 보여주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만 필요할 뿐 어떤 비용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으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하늘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루에 한 번만 하늘을 바라봐도 저렴하게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