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해남 고구마

해남 고구마

by 김민정 박사 2017.07.31

택배로 방금 받은
고구마 한 상자에

반가운 궁금증이
활짝, 피는 오후

정겨운 그 사람 손길
알알이 안겨든다

초이렛달 내려보는
베란다 모퉁이에

반듯하게 자리 잡고
고향 생각 하는 듯이

달 속에 넉넉한 얼굴로
가만, 웃는 그 사람
- 졸시, 《해남 고구마》 전문

벌써 햇고구마가 나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부터는 마트에 가면 사계절 상추 등 다양한 채소를 만날 수 있어 계절을 잊고 산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고구마, 감자, 옥수수가 날 때쯤이면 아, 벌써 계절이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계절감을 느끼게 된다.
새로 나온 고구마를 보니 문득 작년에 선물로 받았던 해남 고구마가 생각났다. 한참의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이 각각 보내주셨는데 한 상자는 물고구마로 주로 구워먹는 고구마였고, 다른 한 박스는 분이 많이 나는 밤고구마였다.
택배 박스를 받아들고 누가 보낸 것일까, 뭘까 궁금했던 순간들, 그리고 고구마라는 사실을 알고 감사하게 느껴지던 마음이 고구마보다 더 달콤했다. 고구마보다 더 잘 익은 마음이 거기에는 들어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원고를 실어주어 감사하다는 뜻으로 보내주었던 것이다.
우리는 때로 마음으로는 참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감사함에 대한 행동을 하기는 게으를 때가 많다. 남에게 도움을 받고도, 감사함을 느끼고도 인사에는 인색했던 내가 아닐까 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은혜 갚은 호랑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목에 가시가 걸려 괴로워하는 호랑이를 발견하고 그 가시를 빼주자 호랑이는 고맙다는 듯이 절을 하고 사라졌고, 그 후에 호랑이는 동물을 사냥해놓고, 또 색시까지 집 앞에 갖다 놓고 하면서 나무꾼을 도왔다. 그 후에 한양에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자 나라에서는 호랑이를 잡는 자에게는 상을 내리겠다는 방을 붙이게 된다. 호랑이는 나무꾼을 찾아와 자기는 이제 늙어서 곧 죽을 목숨이니 자기가 한양에 나타나 사람을 헤칠 때 자기를 쏘아 맞혀 상을 받으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그 나무꾼은 그렇게 하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호랑이뿐 아니라 우리나라 동화에는 은혜 갚는 동물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은혜 갚은 까치, 은혜 갚은 두꺼비, 은혜 갚은 학 등등.
그것은 어려운 일을 당한 남에게 은혜를 베풀라는 교훈과 또 남에게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교훈을 어려서부터 전해주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교훈을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곤 하면서 고구마를 더욱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