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누군가의 곁을 지나칠 때마다

누군가의 곁을 지나칠 때마다

by 한희철 목사 2017.07.26

분단의 땅 DMZ를 따라 열하루를 걸어보니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위험한 길이 참 많구나 싶은 것입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도로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도로를 만들 당시의 규정이 그랬던 것인지 어찌 도로에 인도가 따로 없을까, 참으로 아쉽고 무심하게 여겨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서 걷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적한 길이야 괜찮았지만 많은 차가 내달리는 도로를 걷는다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아쉽고 속상했던 것은 매 순간 상황을 살피며 대처를 해야 하니 마음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대개는 달려오는 차를 마주 보며 걸었습니다. 하나뿐인 스틱을 일부러 오른손에 잡았던 것은 뭐라도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마주 오는 운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습니다.
도로 위를 걷고 있는 나를 지나가는 차들은 제각기 달랐습니다.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이 있었습니다. 얼마간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 어찌 사람이 도로 위로 올라왔느냐는 투로 바싹 붙어 지나가는 차들도 있었습니다. 덩치가 큰 트럭이 그렇게 지나갈 때는 순간적으로 아찔해지곤 했습니다.
저만치에서부터 속도를 줄여 다가오고, 곁을 지나갈 때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차들도 있었는데 그런 차를 만나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충분하고도 따뜻한 배려로 느껴졌습니다. 문득 시인 이성선은 <다리>라는 시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쉴 새 없이 곁을 지나치는 서로 다른 모습의 차를 보면서 우리네 삶도 다를 것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곁을 지나치며 살아갑니다.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곁을 함부로 지나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조심스럽게 지나가기도 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지만 때로는 무례하게 지나침으로 불쾌함과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나치면서도 얼마든지 따뜻한 배려를 전하기도 합니다.
다리를 빨리 지나감으로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다리를 함부로 지나감으로 다리를 위태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도 우리가 피해야 할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