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휴게소 화장실과 시인 정지용
옥천휴게소 화장실과 시인 정지용
by 강판권 교수 2017.07.24
고속도로 휴게소는 우리나라 여행 문화의 현주소다. 특히 휴게소의 화장실은 우리나라 문화 수준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외국 선진국의 휴게소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 나는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자주 애용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휴게소마다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행하면서 휴게소에 들르면 휴게소마다 다른 휴게소와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화장실은 휴게소마다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휴게소의 이러한 노력은 손님을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떤 휴게소가 좋은지를 기억하고 일부러 특정 휴게소에 들리기 때문이다. 나도 간혹 마음에 드는 휴게소에는 반드시 들린다.
휴게소의 변화 중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화장실의 모습이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도 고속도로 화장실은 아주 훌륭했지만 최근에는 화장실을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화장실의 고급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남자 화장실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변을 볼 수 있는 구조에서 구간을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장실의 갤러리화이다. 화장실의 갤러리화는 그 지역의 풍경 사진을 걸어두거나 좋은 글귀를 액자에 넣는 등 이전에도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훨씬 품격과 수준 높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만난 문화 중에서 가장 우수한 곳은 충북 옥천휴게소였다. 이곳 남자 화장실 벽에는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의 시를 새겨놓았다. 정지용의 작품은 ‘향수’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시인이다. 지역 출신 시인의 작품을 화장실의 벽에 새긴다는 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발상이다. 시인의 작품을 화장실의 벽에 새기는 일은 그 지역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액자로 거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풍경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이지만 시인의 작품은 자연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옥천휴게소 남자 화장실에서 ‘비’와 ‘띠’를 처음 접했다. 나는 옥천휴게소 화장실에서 그의 시를 읽을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높은 수준은 화장실 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노고 덕분이다. 그러나 간혹 일부 고속도로 남자 화장실의 변기 앞에서 발견하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라는 글귀는 나를 아주 황당하게 만든다. 남자는 왜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하는가. 남자의 눈물과 오줌은 전혀 관계가 없다. 한 존재의 눈물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매도하는 글귀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고급문화를 먹칠하는 행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져야 할 병폐 중 또 하나는 고성방가에 가까운 트로트 음악이다. 트로트 음악은 전국 고속도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일종의 공해다. 트로트 음악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테러에 가깝다. 누구나 음악을 들을 권리도 있지만 듣지 않을 권리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의 변화 중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화장실의 모습이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도 고속도로 화장실은 아주 훌륭했지만 최근에는 화장실을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화장실의 고급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남자 화장실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변을 볼 수 있는 구조에서 구간을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장실의 갤러리화이다. 화장실의 갤러리화는 그 지역의 풍경 사진을 걸어두거나 좋은 글귀를 액자에 넣는 등 이전에도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훨씬 품격과 수준 높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만난 문화 중에서 가장 우수한 곳은 충북 옥천휴게소였다. 이곳 남자 화장실 벽에는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의 시를 새겨놓았다. 정지용의 작품은 ‘향수’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시인이다. 지역 출신 시인의 작품을 화장실의 벽에 새긴다는 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발상이다. 시인의 작품을 화장실의 벽에 새기는 일은 그 지역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액자로 거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풍경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이지만 시인의 작품은 자연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옥천휴게소 남자 화장실에서 ‘비’와 ‘띠’를 처음 접했다. 나는 옥천휴게소 화장실에서 그의 시를 읽을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높은 수준은 화장실 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노고 덕분이다. 그러나 간혹 일부 고속도로 남자 화장실의 변기 앞에서 발견하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라는 글귀는 나를 아주 황당하게 만든다. 남자는 왜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하는가. 남자의 눈물과 오줌은 전혀 관계가 없다. 한 존재의 눈물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매도하는 글귀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고급문화를 먹칠하는 행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져야 할 병폐 중 또 하나는 고성방가에 가까운 트로트 음악이다. 트로트 음악은 전국 고속도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일종의 공해다. 트로트 음악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테러에 가깝다. 누구나 음악을 들을 권리도 있지만 듣지 않을 권리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