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지하철에 감이 있다(有感)

지하철에 감이 있다(有感)

by 김재은 행복플랫폼 대표 2017.07.18

후덥지근한 여름날이 이어지면서 조금만 건드려도 짜증이 날 것 같은 날씨, 불쾌지수가 최고인 시절이다. 늘 백팩(등에 메는 가방)을 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는지라 이런 여름날이면 등 뒤에서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지하철에 오른다. 시원하다. 금방이라도 큰소리로 ‘고맙습니다’를 외칠 것 같다.
가방을 선반에 올리고 나니 홀가분한 게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경우가 되면 할 말이 많아진다.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서 왜 이리 밀치면서 뛰어가는가.
계단에서도 에스컬레이터에도. 본인이 늦었으면 그 책임을 감수해야지 왜 다른 사람을 방해물 취급하며 피해를 주는가.
지각 조바심에 쩔쩔매며 밀치고 짜증 내고 하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까지 아무런 잘못 없이 하루 기분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할까.
나처럼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당연히 나를 포함해서.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메고 있는 가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큰 불편을 겪고 있는지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뒤의 가방이 떡하니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무엇보다 옆에 서 있기가 불편하다. 무심결에 주위 사람들을 타격하기도 한다.
그러니 복잡한 시간에는 가방을 손에 들거나 선반에 올려놓는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가방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보거나 신문이나 책을 보는 경우에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면 좋겠다. 그리고 이어폰 꽂고 다른 세상에 빠져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출입문에 떡하고 서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기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또 하나는 자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임산부보호석이다. 힘들어 할 임산부(겉으로 보기에 알기 쉽지 않은 초기임산부 포함)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하게 표시해 놓았는데 ‘자신의 자리’인 양 아무 거리낌 없이 앉아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멈칫거리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그곳은 그냥 빈자리일 뿐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자신의 딸이나 누나, 며느리가 임산부라면 어땠을까.
노약자석도 마찬가지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지라 노인들은 이제 ‘일부’가 아니다. 먼저 얼마나 자리 양보를 안 하면 노약자 자리까지 만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노약자석은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이니 자연스럽게 그 용도로 사용하면 된다 치자.
그런데 노약자석이 아닌 곳은 노약자가 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양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어느 자리이든 힘들어하는 노약자가 앉을 수 있어야 진짜 사람이 사는 곳 아닌가.
배려가 없이, 상식이어야 할 기본 예의 없이 어찌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지하철 안의 짜증스러운 얼굴, 무뚝뚝한 표정까지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지금 우리의 실상, 민낯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곳, 우리의 행복지표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지하철이 아닐까. 나부터 살짝 내 삶을 돌아본다.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