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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有錢無罪) 대신 유흥무죄(有興無罪)!

유전무죄(有錢無罪) 대신 유흥무죄(有興無罪)!

by 김재은 행복플랫폼 대표 2017.07.06

엊그제 터미널이었던가 역이었던가. 무심코 내 눈에 들어온 아웃도어 광고하나,
‘유흥무죄, 무흥유죄’
오호~ 마음에 쏙 드는 글귀이다.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88 서울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탈주범 사건으로 인해 유명해진 말,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었다.
당시 전두환 독재정권은 형량을 대폭 강화하는 특별법을 양산했다. 이들의 탈주 계기가 된 것은 형량의 불평등이었다. 주범인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라고 항변했던 것으로 당시 언론은 전하고 있다.
탈주범을 옹호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그가 이야기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당시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그 말을 용도폐기할 만큼 나아졌는가?
어쩌면 돈 중심의 사회는 더 강화된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우리보다 민주주의 경험이 앞선 유럽이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을 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원만한 인간관계나 관용과 배려,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이익 등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우리의 경우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아직도 매슬로의 욕구 단계 중 3단계 아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어인 일인가.
그 ‘유전무죄’가 여전히 우리 앞에서 어른거리고 있고, 아니 다양한 형태로 온존되면서 흙수저 금수저 논란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바로 이 대목에서 주장하고 싶은 것이 바로 ‘유흥무죄, 무흥유죄’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왜곡되고 낮은 단계의 삶, 돈이면 다 된다는 심리가 팽배해있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 중의 으뜸은 ‘돈’이 아닌 다른 가치, 다른 삶이 우리와 동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우리의 옛노래가 있듯이 즐기는 자는 누구도 당할 수 없다.
논어 옹야편에도 이런 글귀가 있다.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그냥 놀자는 의미가 아니다. 나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일도 즐기고 쉼도 즐기고 취미도 즐기고, 돌아보면 삶의 많은 것들이 즐길 거리이다.
희로애락의 비빔밥인 인생 모두를 즐겨보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때론 노여움도 슬픔도 즐길 거리이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느냐고? 안 그러면 어쩔 건데? So what?이다.
생각보다 우리 인생은 훨씬 짧다. 아니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을 즐기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명쾌한 메시지가 어디 있는가?
‘유흥무죄, 무흥유죄’, 여기에 마음을 담아 진한 한 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