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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삶의 윤활유

유머는 삶의 윤활유

by 이규섭 시인 2017.06.09

코미디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달 26일 경북 청도에서는 ‘한국코미디타운’ 개관식이 열렸다. 일반인들이 코미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이들은 코미디를 배울 수 있는 체류형 창작촌으로 기대를 모은다. 닷새 뒤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은 31 밤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다. 활동 무대를 잃어버린 개그맨들은 해고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지친 삶의 양념 같은 웃음의 기회를 잃게 됐다.
청도에 코미디타운이 들어서기까지 개그맨 전유성의 영향이 컸다. 개그계의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는 그는 2007년 청도 팔조령 아랫마을에 짬뽕집을 내면서 정착했다. 2009년 삼복더위를 겨냥하여 전국의 견공들을 위한 ‘개나 소나 콘서트’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잘 키운 강아지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를 슬로건으로 걸었다.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중국집 철가방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건축물에 ‘코미디 철가방 극장’을 개관하여 화제가 됐다. 관객 20명 이상이면 공연 시간 주문이 가능하고 동네로 개그 배달도 나갔다. 톡톡 튀는 독특한 마케팅 마인드 덕분에 청도를 코미디의 산실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
‘웃찾사’ 폐지는 평소 개그 프로를 즐겨 보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안타깝고 아쉽다. 직업으로서의 개그맨은 대체로 활동 기간이 짧은 편이다. 공채의 높은 관문을 뚫고, 무대에 올라도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코너도 인기 있는 개그맨 중심으로 짜여 진다. 후배들이 들어오면 그들과 경쟁하다 밀리기도 한다. ‘웃찾사’ 폐지로 인지도 높은 개그맨들은 다른 연예프로에 출연할 수 있겠지만 신인들은 설 땅이 드물어 생계와 직결된다.
‘웃찾사’는 2010년에도 종방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일부 개그맨들은 주차 요원과 풀빵 장사를 하며 생활전선으로 무대를 옮겼다. 일부는 다른 방송사 공채를 노크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후 ‘개그 투나잇’으로 부활했다. 2년이 더 지나 ‘웃찾사’로 되돌아 왔으나 똑같은 사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방송사와 개그맨들의 책임도 있다.
프로그램 편성과 종방은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가 붙지 않으면 폐지할 수 있다. 개그맨들은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가수나 연기자 등 방송인들의 예능 감각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코미디 프로의 설 땅을 좁게 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2의 ‘개콘’과 tvN의 ‘코미디 빅리그’만 남아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개그 프로는 삶의 윤활유 구실을 한다. 아이들에게 미디어 강의를 하면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자주 본다. 언론계 선배 한 분은 유머의 기술자다. 그분 주변엔 늘 웃음보가 터진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버전의 유머를 샘물처럼 퍼 올리는 기억력도 놀랍다. 유머 감각이 있으려면 순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같은 유머도 전달자의 어투와 표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유머 넘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편안해진다. 웃음은 보약이다. 팍팍한 세상 웃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