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당신은 날 믿습니까?

당신은 날 믿습니까?

by 한희철 목사 2017.06.07

줄타기 곡예로 명성을 얻은 사람 중에 프랑스 출신의 곡예사 찰스 블론딘이 있습니다. 블론딘은 다섯 살 때 리옹에 있는 체조학교에 들어가 곡예사 훈련을 받은 후 ‘놀라운 꼬마’란 이름으로 데뷔를 하여 다양한 곡예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부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넌 일 때문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위를 외줄을 타고 건너는 일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로,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놀라운 도전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1859년 블론딘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이아가라 폭포 위를 건너가는 도전을 했습니다. 수면으로부터 48m 높이에 설치된 외줄을 타고서 장대 하나로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335m 길이의 밧줄 위를 걸어간 것이지요.
한 발 한 발을 조심스레 내딛던 블론딘이 마침내 맞은편에 도착하자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블론딘은 관중들의 열광에 보답이라도 하듯 뒤로 걸어서 건너기도 했고, 안대로 두 눈을 가리고 건너기도 했고,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오갔습니다. 때마다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열광을 했습니다.
모든 묘기를 마친 블론딘은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는 관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누군가를 등에 업고도 이 폭포를 건너갈 수가 있다고 믿습니까?” 그러자 관중들은 “믿습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블론딘이 펼친 묘기를 보았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었지요.
그러자 블론딘은 “그럼 누가 제 등에 업히겠습니까? 여러분 중에서 제 등에 업혀 이 폭포를 함께 건너갈 사람 한 분만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습니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면 지목을 당할까 싶었던지 애써 시선조차 외면했습니다.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음을 확인한 블론딘은 관중 가운데 있던 한 남자에게 “당신은 날 믿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해리 콜코드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기꺼이 당신 등에 업히겠습니다.” 하며 나섰습니다.
콜코드를 등에 업은 블론딘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신중하게 로프에 올라 한 발 한 발 내딛기를 시작했고, 마침내 사람을 등에 업고도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는 데 성공을 합니다. 관중들은 뜨겁게 열광을 했는데, 그날 그들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콜코드는 다름 아닌 블론딘의 매니저였던 것입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말로 믿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으로만 믿는 것도 아니고요.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 만큼 믿는 것이 진정한 신뢰입니다. “당신은 날 믿습니까?” 콜코드에게 물었던 블론딘의 질문 앞에서 내 신뢰의 깊이를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