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너를 심어

너를 심어

by 김민정 박사 2017.06.05

꽃잎지자 푸르러진 벚나무가 길을 낸다
허공에 팔 벌리고 심호흡하는 모양
나무도 영혼이 있어
바람 앞에 숙연하다
내 안에 너를 심어 두고두고 보고 싶다
땡볕에 목마를까 물도 흠뻑 적셔 두고
밤이면 달그림자로
너를 감싸 재우고
- 김민정, 「너를 심어」 전문

사람이 자라거나 나무가 자라거나 그 외의 동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어린 동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그것이 하루 사이에도 눈에 보일 만큼 자라나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더욱 기쁜 일이다. 빨리 쑥쑥 자라는 것을 가리켜 우후죽순처럼 자란다는 말도 있다. 비 온 후의 죽순처럼 잘 자라는 것도 의외로 많다. 시골에서 살 때 매일 아침 호박 덩굴과 오이 덩굴이 얼마큼 자랐나, 또 그것에 달린 호박과 오이가 얼마나 자랐나 궁금하여 눈만 뜨면 그것부터 보러 다니던 어린 날이 기억난다. 하루 만에 쑥쑥 크는 그들의 생명력이 참으로 신비했다.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창가에 더덕을 몇 뿌리 심었더니 며칠 후에 싹이 났다. “삶의 질량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더덕 서너 뿌리/ 순결히 심는 하루// 흙 속이 탈출구였나,/ 어린싹을 밀어낸다” - 「오월향기」 전문.
싹이 돋는가 싶더니 매일매일 잘 자라고 있는 그들, 며칠 학생들을 데리고 수련회를 다녀왔더니 몰라보게 자라 창가를 푸르게 덮고 있다. 여름이 되면 아름다운 더덕꽃을 볼 수 있으리라. 말 못하는 식물들도 정성을 들이면 저렇게 힘껏 자라 기쁨을 주는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쏟으면 더 많은 기쁨을 우리에게 주지 않겠는가?
물론 100%를 바랄 수는 없다. 사랑과 정성을 쏟아도 잘 자라지 않는 것도 나올 수 있고, 우리에게 실망을 주는 것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쏟아야 할 사랑과 정성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우리가 바라는 것만큼 100% 돌아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100% 싹이 돋지 않는다 할지라도 봄이면 논밭에 씨를 뿌리는 농부처럼 우리는 사랑과 정성을 실천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잘못된 행동을 계속 타일러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바르게 잘 자라는 학생들이 더 많고, 소수의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저버리지 않고 바른길로 가게 하려고 사랑과 정성을 지속적으로 쏟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 중에서도 바르게 자라는 학생들의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빠르게 자라는 것을 보고 싶다고, 빨리 자라는 것이 기쁨이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 송나라의 어리석은 사람처럼 덜 자란 벼 이삭을 빨리 자라라고 뽑아주면 벼를 죽이는 꼴이 되고 만다. 자연적 규칙을 위배하여 상황을 악화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며 만물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동식물의 상황을 잘 알고 그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일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며 배려일 것이다. 자신의 주변이 늘 생명력으로 활력이 넘치는 환한 기쁨의 세상이 되게 하려면 그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