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그네
느티나무와 그네
by 강판권 교수 2017.05.29
지명(地名)에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특히 한자 지명에는 공간의 특징을 담고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의 삼탄(三灘)은 따개바우여울, 앞여울, 소나무소여울 등 3번의 여울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은 이창동 감독, 설경구 주연의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현재 이곳은 영화 촬영지 덕분에 주변 곳곳에 전원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삼탄역과 공전역 사이에 위치한 영화 촬영지 철로는 제천천 명서교 위를 지난다. 계곡이 아주 깊은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서 ‘강태공’이 즐겨 찾는 명소이자 다슬기도 많이 잡히는 장소다.
나는 이곳으로 가는 마을 입구에서 350살의 느티나무를 만났다. 25m 정도의 느티나무는 두 그루가 연리지처럼 붙어서 마치 한 그루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곳의 느티나무는 지금까지 내가 본 느티나무 중에서도 아주 키가 큰 나무였다. 우리나라 느티나무 중에서 25m에 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더욱이 이곳의 느티나무는 아주 건강해서 아직도 줄기의 껍질이 심하게 벗겨지고 있었다. 느티나무 중에는 유난히 줄기의 껍질이 벗겨지는 나무가 있다. 껍질이 벗겨진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뜻이다. 이곳의 느티나무는 현재 보호수이기 때문에 보존만 잘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곳 느티나무 가지에는 그네가 하나 걸려 있었다. 나무에 그네를 매달면 나무는 힘들다. 그러나 인간은 나무에 그네를 달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마도 이 나무의 그네는 천연기념물이 되기 전까지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곳 느티나무를 찾았을 때 산불을 감시하는 남자분이 계셨다. 이분은 무전기를 손에 쥐고 그네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느티나무와 좀 떨어진 거리에서 그네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 게다가 석양이 그네 타는 사람의 모습을 비추면 환상의 장면이다. 나는 한 번도 느티나무 그네에 앉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어린 시절 고향 뒷산 곰솔의 가지에 매단 그네를 탄 적이 있었다. 당시 상당히 튼튼한 곰솔 가지에 매단 그네는 동네 어린아이들의 중요한 놀이터였다. 그러나 지금 곰솔은 사라지고 없다. 나는 느티나무의 그네를 보면서 잠시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느릅나뭇과의 느티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목(神木)이다. 삼탄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마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느티나무건만 나의 고향에는 없다. 이곳의 느티나무는 세월의 무게에 쓸려나간 흙 때문에 많은 뿌리가 땅밖으로 나왔다. 뿌리 근처의 느티나무 줄기는 나이를 먹으면서 판근(板根)을 만든다. 느티나무처럼 뿌리를 땅속으로 곧장 내리지 않는 나무들은 성장하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 판근을 만든다. 나무의 판근은 나무의 연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오래 살기 위한 기초 장치다. 만약 나무가 판근을 만들지 않으면 수백 년 동안 살아갈 수 없다.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가 오래 사는 것은 누군가의 보호가 있기 때문이다. 느티나무의 그네는 간혹 나무를 힘들게 하지만 나무를 오래 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느티나무와 그네는 공생의 상징이다.
나는 이곳으로 가는 마을 입구에서 350살의 느티나무를 만났다. 25m 정도의 느티나무는 두 그루가 연리지처럼 붙어서 마치 한 그루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곳의 느티나무는 지금까지 내가 본 느티나무 중에서도 아주 키가 큰 나무였다. 우리나라 느티나무 중에서 25m에 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더욱이 이곳의 느티나무는 아주 건강해서 아직도 줄기의 껍질이 심하게 벗겨지고 있었다. 느티나무 중에는 유난히 줄기의 껍질이 벗겨지는 나무가 있다. 껍질이 벗겨진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뜻이다. 이곳의 느티나무는 현재 보호수이기 때문에 보존만 잘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곳 느티나무 가지에는 그네가 하나 걸려 있었다. 나무에 그네를 매달면 나무는 힘들다. 그러나 인간은 나무에 그네를 달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마도 이 나무의 그네는 천연기념물이 되기 전까지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곳 느티나무를 찾았을 때 산불을 감시하는 남자분이 계셨다. 이분은 무전기를 손에 쥐고 그네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느티나무와 좀 떨어진 거리에서 그네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 게다가 석양이 그네 타는 사람의 모습을 비추면 환상의 장면이다. 나는 한 번도 느티나무 그네에 앉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어린 시절 고향 뒷산 곰솔의 가지에 매단 그네를 탄 적이 있었다. 당시 상당히 튼튼한 곰솔 가지에 매단 그네는 동네 어린아이들의 중요한 놀이터였다. 그러나 지금 곰솔은 사라지고 없다. 나는 느티나무의 그네를 보면서 잠시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느릅나뭇과의 느티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목(神木)이다. 삼탄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마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느티나무건만 나의 고향에는 없다. 이곳의 느티나무는 세월의 무게에 쓸려나간 흙 때문에 많은 뿌리가 땅밖으로 나왔다. 뿌리 근처의 느티나무 줄기는 나이를 먹으면서 판근(板根)을 만든다. 느티나무처럼 뿌리를 땅속으로 곧장 내리지 않는 나무들은 성장하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 판근을 만든다. 나무의 판근은 나무의 연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오래 살기 위한 기초 장치다. 만약 나무가 판근을 만들지 않으면 수백 년 동안 살아갈 수 없다.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가 오래 사는 것은 누군가의 보호가 있기 때문이다. 느티나무의 그네는 간혹 나무를 힘들게 하지만 나무를 오래 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느티나무와 그네는 공생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