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배로 갚은 빚
천 배로 갚은 빚
by 한희철목사 2017.05.24
인터넷을 통해 사연을 접하며 마음이 뭉클했던 것은 사연 자체도 그러했거니와, 얼마든지 공감할 수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저희 때만 해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제법 먼 곳에 있어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서 통학을 해야 했고, 매일 차표를 끊는 대신 한 달 정기권을 끊어 다니고는 했습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의 폭을 넓혀주게 마련이지요.
지난 15일 환갑 나이의 한 여성이 구미역을 찾아왔답니다. 역무원을 만난 그는 자신이 그곳을 찾아온 이유를 말했는데, 44년 전에 진 빚을 갚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44년 전의 그는 고등학생으로서 대신역에서 김천역까지 기차로 통학을 했다고 합니다. 한 달 기차를 탈 수 있는 정기권으로 통학을 했다는 것이지요.
44년 세월이 지나도록 그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일로 남아 있는 그 날은 정기권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월말이 되어 다음 달 정기권을 구매해야 했고, 역 사무실에 들어가 정기권을 구매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정기권을 발매하던 직원이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직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정기권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어린 마음에 욕심을 부려 정기권을 한 장 더 떼어 가져갔던 것이었습니다.
그 일이 얼마든지 공감이 되었던 것은 기차 통학을 한 경험 때문입니다. 한 달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잠깐 사이에 정기권을 또 끊어야 하고,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매달 정기권 끊을 돈을 요청하는 일은 부담이 되었을 뿐 아니라, 생각지 않은 약간의 돈이 생기면 얼마든지 쓰고 싶은 곳이 많을 때이기도 합니다. 아마 당시의 여학생도 정기권을 보는 순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그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양심의 가책으로 남았습니다. 결국은 44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어 기차역을 방문하여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그가 전한 봉투 안에는 미안한 마음을 적은 손으로 적은 편지 한 장과 55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한 달 정기권은 550원, 55만 원은 당시 정기권의 금액을 생각하면 1,000배에 해당하는 돈이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간 일, 금액으로 치자면 별것 아니라 여길 수도 있는 일, 어쩌면 가난한 부모님을 돕는다 생각하며 한 일, 누구라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얼마든지 마음속 기억으로 남겨둘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날 역에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 세상은 문득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44년 만에 마음껏 내쉬는 숨이 얼마나 달았을까, 순간 그에게는 평상시 천 배보다 더한 즐거움이 물밀 듯 밀려들지 않았을까요.
지난 15일 환갑 나이의 한 여성이 구미역을 찾아왔답니다. 역무원을 만난 그는 자신이 그곳을 찾아온 이유를 말했는데, 44년 전에 진 빚을 갚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44년 전의 그는 고등학생으로서 대신역에서 김천역까지 기차로 통학을 했다고 합니다. 한 달 기차를 탈 수 있는 정기권으로 통학을 했다는 것이지요.
44년 세월이 지나도록 그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일로 남아 있는 그 날은 정기권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월말이 되어 다음 달 정기권을 구매해야 했고, 역 사무실에 들어가 정기권을 구매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정기권을 발매하던 직원이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직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정기권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어린 마음에 욕심을 부려 정기권을 한 장 더 떼어 가져갔던 것이었습니다.
그 일이 얼마든지 공감이 되었던 것은 기차 통학을 한 경험 때문입니다. 한 달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잠깐 사이에 정기권을 또 끊어야 하고,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매달 정기권 끊을 돈을 요청하는 일은 부담이 되었을 뿐 아니라, 생각지 않은 약간의 돈이 생기면 얼마든지 쓰고 싶은 곳이 많을 때이기도 합니다. 아마 당시의 여학생도 정기권을 보는 순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그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양심의 가책으로 남았습니다. 결국은 44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어 기차역을 방문하여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그가 전한 봉투 안에는 미안한 마음을 적은 손으로 적은 편지 한 장과 55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한 달 정기권은 550원, 55만 원은 당시 정기권의 금액을 생각하면 1,000배에 해당하는 돈이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간 일, 금액으로 치자면 별것 아니라 여길 수도 있는 일, 어쩌면 가난한 부모님을 돕는다 생각하며 한 일, 누구라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얼마든지 마음속 기억으로 남겨둘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날 역에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 세상은 문득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44년 만에 마음껏 내쉬는 숨이 얼마나 달았을까, 순간 그에게는 평상시 천 배보다 더한 즐거움이 물밀 듯 밀려들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