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니 사람이 시보다 좋구나
만나보니 사람이 시보다 좋구나
by 한희철 목사 2017.05.17
며칠 전 그동안 써왔던 짤막한 글들을 모아 책을 내었습니다. 소소하고 보잘것없는 글을 눈여겨본 출판사 덕이었습니다. 책을 처음으로 낼 때는 마음이 들뜨고 설레었지만, 몇 권을 내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설익고 부족한 생각을 다른 이들과 나눠도 되는지 자신이 없기도 하거니와, 과연 내 글이 나무를 대신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종이가 필요하고,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나무가 베어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책을 내면서 편집인의 요청으로 지인 한 분의 추천사를 책의 뒤표지에 실었습니다. 더없이 고마운 일이었는데 짧은 추천사 안에도 과분한, 그 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책의 허름함이 가려진다 여겨지는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양경지라는 이가 쓴 ‘증항사’라는 시를 인용한 부분이었습니다. 증항사(贈項斯)라는 말은 ‘항사에게 전하다’라는 뜻일 텐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幾度見詩詩總好(기도견시시총호) 及觀標格過於詩(급관표격과어시)
平生不解藏人善(평생불해장인선) 到處逢人說項斯(도처봉인설항사)’
‘그대 시 볼 때마다 잘 썼다고 했는데 만나보니 사람이 시보다 더 좋구나
내 평생 잘난 사람 감춰 두질 못해 사람마다 붙잡고 그대 칭찬한다오’
중국역대인명사전에 의하면 항사는 당나라 때의 시인입니다. 인품과 시문이 다 빼어났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항사가 당대의 이름난 시인이었던 양경지를 찾아가서 자신의 시를 보여주며 시에 대한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양경지는 이미 항사의 시 가운데 몇 편을 읽고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항사를 만나고 나니 그의 사람됨에 더 반하고 말았습니다. 양경지는 즉석에서 시 한 편을 지어 항사에게 주었는데, 그 시가 바로 위의 작품 ‘증항사’입니다.
증항사라는 시를 통해서 항사의 시와 이름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양경지가 가는 곳마다 항사를 칭찬했다고 하여 ‘위인설항’(爲人說項)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남에게 항사를 칭찬한다는 뜻으로, 남에게 어떤 사람을 칭찬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세상일은 참 모를 일입니다. 당시에는 항사가 양경지를 만나 큰 덕을 보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항사는 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한 권의 시집이 전해지지만, 양경지의 시는 현재 단 두 편만 남아 있습니다. 결국 양경지는 항사를 칭찬한 시를 지은 덕분에 후세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지요.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남을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하고, 남을 비판하는 일엔 주저함이 없습니다.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일에 골몰하고 열심입니다. 그럴수록 양경지의 마음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기꺼이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 그것이 두고두고 내가 존중을 받는 길임을 증항사를 통해 배웁니다.
설익고 부족한 생각을 다른 이들과 나눠도 되는지 자신이 없기도 하거니와, 과연 내 글이 나무를 대신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종이가 필요하고,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나무가 베어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책을 내면서 편집인의 요청으로 지인 한 분의 추천사를 책의 뒤표지에 실었습니다. 더없이 고마운 일이었는데 짧은 추천사 안에도 과분한, 그 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책의 허름함이 가려진다 여겨지는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양경지라는 이가 쓴 ‘증항사’라는 시를 인용한 부분이었습니다. 증항사(贈項斯)라는 말은 ‘항사에게 전하다’라는 뜻일 텐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幾度見詩詩總好(기도견시시총호) 及觀標格過於詩(급관표격과어시)
平生不解藏人善(평생불해장인선) 到處逢人說項斯(도처봉인설항사)’
‘그대 시 볼 때마다 잘 썼다고 했는데 만나보니 사람이 시보다 더 좋구나
내 평생 잘난 사람 감춰 두질 못해 사람마다 붙잡고 그대 칭찬한다오’
중국역대인명사전에 의하면 항사는 당나라 때의 시인입니다. 인품과 시문이 다 빼어났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항사가 당대의 이름난 시인이었던 양경지를 찾아가서 자신의 시를 보여주며 시에 대한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양경지는 이미 항사의 시 가운데 몇 편을 읽고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항사를 만나고 나니 그의 사람됨에 더 반하고 말았습니다. 양경지는 즉석에서 시 한 편을 지어 항사에게 주었는데, 그 시가 바로 위의 작품 ‘증항사’입니다.
증항사라는 시를 통해서 항사의 시와 이름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양경지가 가는 곳마다 항사를 칭찬했다고 하여 ‘위인설항’(爲人說項)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남에게 항사를 칭찬한다는 뜻으로, 남에게 어떤 사람을 칭찬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세상일은 참 모를 일입니다. 당시에는 항사가 양경지를 만나 큰 덕을 보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항사는 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한 권의 시집이 전해지지만, 양경지의 시는 현재 단 두 편만 남아 있습니다. 결국 양경지는 항사를 칭찬한 시를 지은 덕분에 후세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지요.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남을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하고, 남을 비판하는 일엔 주저함이 없습니다.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일에 골몰하고 열심입니다. 그럴수록 양경지의 마음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기꺼이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 그것이 두고두고 내가 존중을 받는 길임을 증항사를 통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