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특종 중의 특종

특종 중의 특종

by 한희철 목사 2017.04.26

지인 중에 평생 기자의 길을 걸어온 분이 있습니다. 언젠가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를 취재할 때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어디선가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고 합니다. 다른 일행들은 두려움에 떨며 모두 몸을 숙이고 숨었지만, 자신은 카메라를 들고 총소리가 난 곳으로 내달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정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면 진실은 위험 가까이 다가가야 더 잘 보이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종은 기자라면 누구라도 바라고 꿈꾸는 순간일 것입니다. 특종이란 신문사나 잡지사 따위에서, 그 사(社)에서만 얻은 중대한 기사를 의미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순간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을 담아내는 일이니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일까, 기자는 아니지만 어렵지 않게 짐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신문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보았습니다. 특종 대신 어린이를 살린 기자가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으로 기사를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시리아에서 사진기자이자 인권활동가로 일하는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 씨였습니다. 바로 그가 희대의 특종을 남길 수 있는 처참한 테러 현장에서 취재 대신 인명 구조에 앞장을 섰던 것이었습니다.
CNN에 따르면 하바크 씨는 126명이 숨진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피란민 버스 폭탄 테러 현장에 있었습니다. 사망자 중에는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많아 80명이나 되는 어린이가 희생을 당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하바크 기자는 폭발의 충격으로 혼절을 했는데,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는 그야말로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의 눈앞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기자라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했지만 하바크 씨는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사진 찍는 일을 미루고 인명 구조를 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촬영을 뒤로하고 동료들과 함께 부상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마침 큰 부상을 입고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어린이를 발견한 그는 아이를 두 팔로 들쳐 안고 구급차를 향해 뛰었습니다.
얼마든지 추가 테러가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하바크 씨의 용감한 행동은 동료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하바크 씨를 촬영한 동료 기자는 자신 또한 아이들을 구조한 뒤 카메라를 잡았다며, 구조 책임을 다한 사람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특종을 잡아낼 수 있는 드문 순간 사진 찍는 일을 뒤로 미루고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부상을 입은 어린이를 먼저 살렸던 기자들, 어쩌면 그들은 특종을 놓쳤을지 몰라도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특종을 포기한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특종 중의 특종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