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벚꽃 앞에서
다시, 벚꽃 앞에서
by 김민정 박사 2017.03.27
황사에 꽃샘바람 애 터지게 견디더니 봄밤도 사무쳤는지 몸 비늘을 털어낸다.
눈가에 등불을 매단 듯 꽃집 속이 다 보이고.
가난한 시간일수록 외려 따스한 체온
서녘 비낀 볕발로도 윤이 나는 쪽마루에 처연히 손님 마냥 앉은 꽃 그림자, 긴 속눈썹.
- 이승은, 「벚꽃 앞에서」 전문
꽃샘바람도 끝나 가는가? 새 학기를 시작하며 정신없이 보냈던 사이, 3월도 하순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물을 빨아올리는 벚꽃나무도 그렇고, 도톰하게 부풀어져 목화처럼 피어나고 있는 양지 녘의 목련을 보며 서울에도 봄이 당도하였나보다는 생각이 든다. 시꺼멓게 물이 올라 있는 교정의 화단에 서 있는 나무를 보니 곧 잎이라도 피울 듯하다. 자기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나무가 새삼 대견스럽다.
성인은 혼자 있어도 행동이 게으르지 않으며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무를 보면 생각난다. 이율곡의 격몽요결에서는 바른 삶을 위한 아홉 가지의 몸가짐을 말하고 있다. 봄의 나무를 보면 나무는 이미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마치 성인을 보는 듯하다.
그 첫 번째가 두용직(頭容直)이니 머리를 곧게 세우라는 뜻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고개를 들고 희망을 갖고, 바르게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는 목용단(目容端)이니 눈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눈매나 눈빛은 중요한 만큼 눈매는 안정시켜 흘겨보거나 곁눈질하지 말며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나무는 곁눈질을 하거나 곁의 나무나 꽃을 시기하지 않는다. 자기 몫을 충분히 피울 뿐이다.
세 번째는 기용숙(氣容肅)이니 기운을 엄숙히 하라는 뜻이다. 예외 없는 세상의 기 싸움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이른 봄인 요즘 보는 나무들은 새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울 준비를 하는 것인지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하다.
네 번째는 구용지(口容止)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뜻이다. 물고기가 입을 함부로 놀려 미끼에 걸리듯이, 사람도 입을 잘못 놀리면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입구(口) 자가 세 개 모이면 품(品) 자가 된다고 한다.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라고 한다. 나무는 말은 안 하고 꽃을 피우고 잎을 피워 말을 대신한다.
다섯 번째는 성용정(聲容靜)이다. 소리는 조용하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말을 할 때는 시끄럽게 해서도 안 되며 바른 형상과 기운으로 조용한 말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나무는 바람이 와서 흔들기 전에 혼자서는 시끄러운 법이 없다.
여섯 번째는 색용장(色容張)이라 한다. 얼굴빛은 씩씩하게 하라는 뜻이다. 어렵다고 찡그리지 말고 애써 웃음을 웃으라는 뜻이다. 나무는 언제나 하늘로 가지를 뻗어 씩씩한 자태를 보여준다.
일곱째는 수용공(手容恭)이니 손을 공손하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손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마땅히 단정히 손을 맞잡고 공수(拱手)해야 한다. 조용한 나무의 모습이다.
여덟째는 족용중(足容重)이라 했으니 발은 무겁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즉, 처신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의 모습이다.
아홉 번째는 입용덕(入容德), 즉 중심을 잡고 바른 자세로 서서 덕이 있는 기상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자신에게 맞는 꽃과 잎을 피우는 나무다. 인간이 가져야 할 미덕을 이 봄 교정의 나무에서 보고 있다.
눈가에 등불을 매단 듯 꽃집 속이 다 보이고.
가난한 시간일수록 외려 따스한 체온
서녘 비낀 볕발로도 윤이 나는 쪽마루에 처연히 손님 마냥 앉은 꽃 그림자, 긴 속눈썹.
- 이승은, 「벚꽃 앞에서」 전문
꽃샘바람도 끝나 가는가? 새 학기를 시작하며 정신없이 보냈던 사이, 3월도 하순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물을 빨아올리는 벚꽃나무도 그렇고, 도톰하게 부풀어져 목화처럼 피어나고 있는 양지 녘의 목련을 보며 서울에도 봄이 당도하였나보다는 생각이 든다. 시꺼멓게 물이 올라 있는 교정의 화단에 서 있는 나무를 보니 곧 잎이라도 피울 듯하다. 자기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나무가 새삼 대견스럽다.
성인은 혼자 있어도 행동이 게으르지 않으며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무를 보면 생각난다. 이율곡의 격몽요결에서는 바른 삶을 위한 아홉 가지의 몸가짐을 말하고 있다. 봄의 나무를 보면 나무는 이미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마치 성인을 보는 듯하다.
그 첫 번째가 두용직(頭容直)이니 머리를 곧게 세우라는 뜻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고개를 들고 희망을 갖고, 바르게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는 목용단(目容端)이니 눈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눈매나 눈빛은 중요한 만큼 눈매는 안정시켜 흘겨보거나 곁눈질하지 말며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나무는 곁눈질을 하거나 곁의 나무나 꽃을 시기하지 않는다. 자기 몫을 충분히 피울 뿐이다.
세 번째는 기용숙(氣容肅)이니 기운을 엄숙히 하라는 뜻이다. 예외 없는 세상의 기 싸움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이른 봄인 요즘 보는 나무들은 새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울 준비를 하는 것인지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하다.
네 번째는 구용지(口容止)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뜻이다. 물고기가 입을 함부로 놀려 미끼에 걸리듯이, 사람도 입을 잘못 놀리면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입구(口) 자가 세 개 모이면 품(品) 자가 된다고 한다.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라고 한다. 나무는 말은 안 하고 꽃을 피우고 잎을 피워 말을 대신한다.
다섯 번째는 성용정(聲容靜)이다. 소리는 조용하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말을 할 때는 시끄럽게 해서도 안 되며 바른 형상과 기운으로 조용한 말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나무는 바람이 와서 흔들기 전에 혼자서는 시끄러운 법이 없다.
여섯 번째는 색용장(色容張)이라 한다. 얼굴빛은 씩씩하게 하라는 뜻이다. 어렵다고 찡그리지 말고 애써 웃음을 웃으라는 뜻이다. 나무는 언제나 하늘로 가지를 뻗어 씩씩한 자태를 보여준다.
일곱째는 수용공(手容恭)이니 손을 공손하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손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마땅히 단정히 손을 맞잡고 공수(拱手)해야 한다. 조용한 나무의 모습이다.
여덟째는 족용중(足容重)이라 했으니 발은 무겁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즉, 처신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의 모습이다.
아홉 번째는 입용덕(入容德), 즉 중심을 잡고 바른 자세로 서서 덕이 있는 기상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자신에게 맞는 꽃과 잎을 피우는 나무다. 인간이 가져야 할 미덕을 이 봄 교정의 나무에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