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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털 잠바에 숨겨진 비애

오리털 잠바에 숨겨진 비애

by 정운 스님 2017.03.07

생명 살상과 관련해 생각해보는 신문 인터뷰를 읽었다. ‘유전자학의 대부’라고 할 정도로 그 분야의 대가인 서울대학 의대 S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교수님은 한국 유전자학의 대부로 불리는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이다. 그는 유전자 조작 마우스(쥐)를 연구하고, 국내외 특허도 받으며 세상에 알려진 지가 오래다.
교수님은 매일 아침 불교 경전 가운데 하나인 <금강경>을 두 차례 읽는다고 한다. 불교신자라기 보다는 그냥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 이유라고 하였다. 또 교수님은 채식주의자라고 하였다. “전에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했는데, 마흔 넘어 육식을 뚝 끊었다.”는 기사였다.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러하다. “인류를 위한 연구였다지만 쥐들에게 정말 못 할 짓이었죠. 미량이나마 피를 뽑다 보면 쥐가 털을 바짝 세우며 분노하는 걸 느낍니다. 그 쥐에 대한 속죄라고나 할까요. 지금도 종종 위령제를 엽니다.” ‘쥐에게서 소량의 피를 뽑을 때, 털을 세우며 분노한다’는 글귀 부분에서 필자도 머리카락이 위로 솟는 듯하다. 엄연히 생명체인데, 아파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데도 일부 실험자들은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 판단에 S 교수님이 채식을 하고, 불교 경전을 읽는 것은 실험용 쥐에 대한 참회와 존재물에 대한 존귀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만이 아니라 화장품이나 식품 등을 개발할 때도 토끼, 돼지, 쥐 등 수천만 마리가 희생된다고 한다. 또한 악어 핸드백 하나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악어가 한두 마리가 아니다. 겨울이면 누구나 흔히 입는 오리털 옷은 생명 경시가 심각하다. 오리털도 오리가 죽은 다음에 털을 뽑아서는 잘 뽑히지 않아서 살아 있을 때, 털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제품 의약을 개발하기 위해 쥐나 돼지, 원숭이 등을 우리 안에 갇혀 놓고 주사기로 암을 유발시키고, 암 치료가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약을 투여하며, 심지어는 독약을 투여하기도 한다. 서양 어느 나라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발로 걷어차 즉사시키거나 뜨거운 물에 던지고, 고층에서 지상 바닥에 내던져 죽게 하는 등 생명을 함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처벌되는 사람은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TV 방송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던 산낙지를 칼로 잘라서 입에 넣는 장면 등이 자주 방영되는데, 그걸 볼 때마다 ‘교육상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만인이 보는 방송 내용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불교 경전 <법구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하고, 살기를 좋아한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남을 죽이거나 해롭게 하지 말라.”
어찌 보면 인간은 자신을 가장 사랑하면서도 생명을 함부로 살상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생명을 살상하지만 이 점만은 염두에 두면 어떨까 싶다.
‘인류가 누리는 문명의 혜택 뒤에는 수많은 동물들의 한과 눈물이 어려 있다. 아프다고 먹는 의약품도 동물들의 실험을 거친 것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도 동물의 희생을 거쳐서 우리가 사용한다. 그러니 최소한의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모든 존재가 지상에서 함께 숨 쉬는 공존의 생명체라는 의식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