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N 과 X

N 과 X

by 김재은 행복플랫폼 대표 2016.12.06

요즘 좋은 인연이 있어 광화문 근처 사무실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거기서 내려다보면 광화문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있으니 가끔 광장에 나가보곤 한다. 광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광장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구와 함께할 때 제격이다.
그러고보니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광장이 아니더라도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민주주의의 마당이었다. 지난 여러 번의 주말, 국민들의 촛불로 가득 들어찼던 그 광장은 정말로 장관이었다.
몇 주전 밤, 수많은 촛불을 내려다보며 나홀로 한동안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다.
주말 바쁜 시간에 그들은 왜 이렇게 촛불을 드는 걸까. 자신의 이익이나 안위만이 제일인양 살아온 우리 사회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우리 국민들이 이토록 위대한 품성과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들은 모두가 하나의 촛불이었다. 남녀노소, 빈부격차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위화감이나 질투와 시기 또한 발붙일 수가 없었다. 내 것, 나만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밝은 촛불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외칠 뿐이다. 거기에는 나와 또 다른 내가 있을 뿐이었다. 난 이런 그들을 N이라 표현한다.
그 N들은 서로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가 되었다.’ 조화로운 우리가 되었다. N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끝내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커다란 무리가 되었다. 점점 더 커지면서 스스로가 커진 존재가 되고 서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도와 마침내 어찌할 수 없는 대산맥이 되었다.
그 N들은 독점 대신 나눔을, 과시 대신 응원을, 분열 대신 조화와 질서를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만들어냈다. 장삼이사(張三李四), 갑남을녀(甲男乙女),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하나가 되어 뜻을 모으고 함께 즐기며 함성으로 파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 수십만, 수백만의 촛불은 불의를 향한 송곳이 되었고, 아름답고 따뜻한 손이 되었고, 광장과 어우러져 거대한 역사가 되었다.
또 하나의 인간군상 X가 있다. 이들은 끼리끼리 불의를 저지르고 불법과 편법, 위법으로 사욕을 챙기거나 권력을 앞세워 다른 사람을 핍박하거나 속인다. 그럼에도 반성과 사과는 물론 상식과 염치도 내다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것은 우리네 인생에서 N과 X는 별도로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교도소 담 위의 사람처럼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광장에서는 함께 N이었지만 언제 X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니 방심은 금물이다.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N이 되는 연습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따뜻한 존재로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좋은 세상은 각자가 삶의 현장에서 N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손을 잡고
광장에서 그대로 커다란 함성이 되는 것, 그대로 하나의 촛불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광장과 거리에서 거대한 촛불이 되어 그대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우리의 자부심이자 위대함인가.
N이 자란다. 내가 자라고 네가 자라고 우리가 자란다.
N은 우리의 희망이요, 밑바탕이요, 삶이자,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거대한 촛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광장에 교차로에 따뜻한 기운이 하나 되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