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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 5년째 헛바퀴

‘시간강사법’ 5년째 헛바퀴

by 이규섭 시인 2016.11.18

교수 직분을 가진 분들이 주변에 많다. 전직 언론인들은 대부분 ‘초빙교수’, 현직 언론인은 ‘겸임교수’ 명함을 내민다. 언론 현장의 경험을 살려 후학을 지도한다는 건 보람된 일이다. 언론사에 입사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해외유학을 다녀온 뒤 정 교수가 되어 명강의로 명성을 떨치는 분들도 있다.
전임강사부터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정식 교수로 지칭한다. 전임강사가 정교수가 되려면 대략 15년 걸린다. 그것도 자리가 나야 순풍을 탄다. 정 교수가 되면 대학 내에 연구실과 직책이 부여되고 퇴직금 등 신분이 보장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예전에 시간강사로 불리던 외래강사 호칭은 겸임, 초빙, 객원, 석좌, 특임, 외래, 임상 등 무려 50개로 교수 전성시대다. 정 교수와 외래교수의 처우는 정규직과 일용직처럼 하늘과 땅 차이다.
대학교수의 평균 연봉은 9500만 원이다. 시간 강사의 강의료는 국립대학이 시간당 평균 7만300원, 사립대학은 시간당 평균 5만600원으로 격차가 크다(지난해 4월 기준). 전문대학은 시간당 강의료가 2∼3만 원에 불과하다.
전국의 시간강사는 약 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수들의 강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시간강사에게 교육을 의존하면서도 적절한 교원 지위는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학기가 끝나는 기말쯤이면 다음 학기 강의시간 배정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계약마저 안정적이지 못해 생계가 불안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0년째 여의도에서 농성 중인 부부가 있다. 요구 조건은 1년 계약, 4대 보험 적용,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 수준이다.
2010년 호남지역 대학의 시간강사가 열악한 강사 임용실태를 유서로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이 2011년 만들어졌다. 하지만 보호대상인 시간강사는 물론 대학에서도 대량 해고를 부추긴다며 반대하여 5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시행이 미뤄졌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시간강사법)을 또 입법예고 했다.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신분을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교수노조회는 “임용 기간에 단서조항을 붙인 것도 문제지만 임용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퇴직한다는 조항을 만들어 대학이 계약 기간 후에는 강사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해주고 있다”며 반대한다. 대학이 입맛대로 강사를 쓸 수 있지만 강사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공립대 강사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에 맞춰 매년 강사료를 올려 줄 계획이다. 사립대는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됐고 학생 수도 줄어들어 강사 처우는커녕 기존 교원들도 내보낼 처지로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사립대 교원 인건비는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사들의 지위와 처우 개선을 둘러싸고 올해도 또 시간강사법은 헛바퀴만 돌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