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시를 읽는 가을날

시를 읽는 가을날

by 김민정 박사 2016.11.07

길은 비양도에서 저 혼자 걸어온다 / 세월도 밀려 왔다 이문이 없었는지 / 덩그렁 집게의 헌 집 지고 가는 길이었다

지금의 하루가 24시간이라면 / 그보다 40분 길다는/ 지금은 / 화성의 시간 / 사십 분, 섬을 돌아도 제자리인 내 그리움

화성에 물이 있다면/ 팔랑못 같을 게다/ 화산섬 밀썰물 따라 숨을 쉬는 바다 연못/ 그 안엔 술일에 찾는 할망당도 놓인다

사족이리 / 섬에 와 무릎 꿇는 하늘도 / 가을날 신목에 올린/ 지전도 사족이리 / 딱 한 번 고백하려고 왔다 간다, 바다의 혀
- 오승철의 「비양도·3」 전문

제주도에 딸린 섬 비양도는 인구 153명(2004년)의 작은 섬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섬이 1002년(고려 목종 5년)에 분출한 화산섬이라 되어 있지만 지질 분석 결과로는 2만 7000년전 당시 빙하기로 인해 해수면이 내려가 주주도의 해안선이 크게 확장되어 있던 시기에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것이며, 그 뒤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지금과 같은 섬이 되었다고 하며, 타원형의 작은 화산섬으로 단조로운 암석 해안이다. 시인은 ‘세월도 밀려 왔다 이문이 없었는지 / 덩그렁 집게의 헌 집 지고 가는 길이 있다’고 표현하며 조금은 쓸쓸하고 단조로운 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해안선의 길이가 3.15Km,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섬을 다 돌아도 그리움은 제자리인 즉, 그리움을 남게 하는 작은 섬이다.
바닥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펄랑못은 조수운동과 반대로 밀물에는 수위가 줄고 썰물에는 높아진다. 화자는 화성에 물이 있다면 /밀썰물에 따라 숨을 쉬는 펄랑못 같을 것이라고 상상의 폭을 확대한다. 그리고 ‘딱 한 번 고백하려고 왔다 간다, 바다의 혀’라는 표현에서 보여 주듯 외부에서의 무릎 꿇은 찬양이나 경배보다 비양도에 한 번 와서 그 모습을 직접 보고 가는 사랑의 실천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즉, 화자는 바다의 혀가 되어 비양도가 아름답다는 고백을 하기 위해서 왔다 간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나타나는 시이다.
시인뿐만 아니라 소설가들도 처음에는 자신의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시로 쓰거나 소설로 쓴다. 그래서 젊은 시인들은 사랑시를 많이 쓰기도 하고, 젊은 소설가들은 사랑 얘기를 많이 쓴다. 그리고 시야를 확대해서 자신이 사는 고장에 대해 쓰고, 더 나아가 국가사회 차원의 문제로 나아간다. 물론 모든 문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며, 이것을 지엽적이라거나 편파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자신부터 사랑하고, 가족, 향토애, 민족애로 번져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다. 왜냐하면,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다른 고장을 돌아보고 나서야 자기가 사는 고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애착도 생기며 외국에 나가보고 나서야 내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생긴다.
사회가 시끄럽고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평화롭고 조용한 세상을 원하기 때문에 서정시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격앙되거나 절망적인 감정을 다스려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정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매일매일 시끄럽다. 좋은 시 한 편 골라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가을날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