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안간힘과 안깐힘

안간힘과 안깐힘

by 한희철 목사 2016.10.19

남한강이 흐르는 강가 마을에서 살며 눈여겨본 것 중에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강가나 강으로 흘러가는 개울에 나가보면 물고기를 보게 됩니다.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살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때로는 죽은 물고기를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죽은 물고기는 아무리 큰 물고기라 할지라도 개울물에도 떠밀려 갑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물고기는 다릅니다. 아무리 작은 물고기라 하여도 강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죽은 물고기를 볼 때면 자명해지곤 했습니다.
남극에서 빙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답니다. 바람이 불자 바다에 떠 있던 빙하들이 떠밀리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바람을 거슬러 오르는 빙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여겨 조사해 보았더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비교적 빙하의 크기가 작은 것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떠밀렸지만, 수면 아래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는 빙하는 바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닷물의 흐름인 조류를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떤 수도자가 마을 어귀에 서서 진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수도자에 대한 소문이 퍼져 갈수록 모여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사람이 줄어들더니 마침내는 아무도 찾는 이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날마다 같은 자리를 찾아와 혼자 이야기를 하는 수도자를 보고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 아저씨는 누구더러 들으라고 이야기를 계속하나요?” 그러자 수도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전에는 내가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게 하려고 이야기를 하는 거란다.”
우리말에 ‘안간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간힘은 ‘안간힘’이라 쓰고 ‘안깐힘’이라 읽습니다. 안간힘을 안깐힘으로 읽는 것은 안간힘이 ‘안’과 ‘간힘’이 결합한 합성어이기 때문입니다. ‘안’이야 ‘밖’의 반대말인 내부라는 뜻일 터, 그렇다면 ‘간힘’은 무슨 뜻일까요? ‘간힘’이란 ‘숨 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통을 견디려고 애쓰는 힘’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무리 간힘을 써도 바위를 움직일 수 없다’와 같이 쓰일 수 있는 말입니다.
혹시 국어 시험문제에나 나올 법한, 우리의 일상하고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안간힘’이라는 말을 ‘안깐힘’을 쓰듯 애써 소개하는 것은 안간힘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뜻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며 여간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은 세상 풍조에 떠밀릴 수밖에 없다 싶습니다. 여간 깨어 있지 않으면 잘못된 흐름에 덩달아 편승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쓰는 일 아닐까요?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안깐힘’이라 힘주어 읽으며 안간힘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