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인생도 야구도 끝은 모른다.

인생도 야구도 끝은 모른다.

by 정운 스님 2016.09.20

‘인생도 야구도 끝나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곧 야구는 9회 말이 끝나봐야 안다는 것인데, 비단 야구 경기만이 아닐 성싶다.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간혹 국제 대회가 있으면 애국심을 발휘해 경기를 지켜볼 때가 있다. 참으로 예측불허라고 보면 딱 좋을 것 같다. 축구 경기인 경우, 내내 부진해서 패배할 거라고 예상하고, TV를 꺼버릴 때가 있다. 그런데 단 몇 분 만에 기적 같은 골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야구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인간이 미래를 점칠 수 없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봐야 안다’, ‘길고 짧은 것은 대어봐야 안다.’는 등 여러 말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스포츠만이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며칠 전 수도권 모 대학에서 여학생이 실족사한 일이 발생했다. 대학생들이 개강 파티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들 중 한 여학생이 비틀거리며 옥상 난간에 올라갔다가 큰일이 생겼다. 겨우 22살밖에 안된 젊은이가 한순간의 실수로 저 세상에 가버린 것이다. 그 친구는 학기가 시작되어 수강신청을 하고, 학우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을 테고, 각종 시험 준비를 하며 미래를 기획했을 터인데..... 한순간, 명을 달리한 것이다. 고인이 아침에 엄마에게 인사하고 나오면서 미래를 알았을 것인가?
삶은 이렇게 인간의 꿈을 속이고, 미래를 배신한다. 장밋빛 미래만이 있을 것 같은 젊은이를 비극으로 몰아쳐 내동댕이 쳤으니, 과연 그 주체가 누구인가?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인간은 한 치 앞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참으로 오만을 부린다. 중국 당나라 때, 선월 관휴 스님의 말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사람이 겉으로 보았을 때, 어리석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절대 그를 바보 취급하지 말라. 그는 자신의 뛰어난 면모를 은밀히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님 말씀에는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알 수 없으니 판단하지 말라는 뜻인데, 이외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간은 10년을 주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저 학생, 미래의 비전이 없어 보여.’라는 식으로 학생을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은 어떤 훌륭한 인물로 변화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 반대의 이야기도 있다. 어릴 때 천재라고 칭송받던 사람이 훗날 주변인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세상에는 결정된 법이란 있을 수 없다. 늘 변화하는 가변의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가난한 이가 미래 억만장자가 될 수도 있음이요, 떵떵거리는 부자도 어느 한순간에 노숙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갑질했다가 세월이 흘러 갑질을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끝나봐야 아는 법이다.
자! 그러니 당장 눈앞의 현실과 현상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또 현 주어진 현실[행운보다는 불행한 일]에 좌절하지 말라. 야구도 인생도 끝나봐야 안다고 하지 않는가?! 미래를 점칠 수 없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꿈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