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보내온 머리카락
딸이 보내온 머리카락
by 한희철 목사 2016.08.31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면 부모의 생각은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로 갑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밥은 굶지 않는지, 하는 일들은 잘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혹시 자식들은 이따금 부모를 생각할지 몰라도 부모는 늘 자식들을 생각합니다. 혹 꿈에 자식들이 보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자식들을 향한 마음은 더 깊어지기만 합니다.
얼마 전 아내가 아이들 있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복학했던 둘째가 코트라에서 시행하는 해외 인턴 과정에 응시했고 결정이 되어 독일에서 6개월간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목회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 막 상급학교에 입학하게 된 자녀들을 두고 떠나온 지라 둘째로서는 오랜만에 누나와 동생이 있는 곳에서 함께 지내게 된 것인데, 아이들 반찬이라도 챙겨준다며 오랜만에 아내도 동행한 것이었습니다.
한 달 남짓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짐 가방을 풀며 탁자 위에 길쭉한 종이상자 하나를 올려놓았습니다. 상자를 열자 뭔가 기다란 묶음이 나왔습니다. 무엇인지를 알겠느냐는 아내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 했습니다.
알고 보니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뜻밖에도 큰딸 아이의 머리카락이라 했습니다. 큰딸 아이의 머리카락을 어찌 가져온 것일까, 짐작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가서 보니 딸의 머리가 길고 어수선해 보이더랍니다. 머리 좀 깎지 그러느냐 했더니 생각이 있어 기르는 중이라 하더랍니다. 아내가 돌아오기 며칠 전 딸은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짧게 깎고 돌아왔는데,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잘라낸 머리카락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소아암 환자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투병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겹고 마음 아픈 일이지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이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는 일은 몸을 괴롭히는 통증 못지않게 그들이 이겨내기 힘든 마음의 고통 중 하나일 것입니다.
딸이 머리를 기른 것은 바로 소아암으로 투병 중인 어린이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25cm 이상이어야 하고, 염색을 해서도 안 되고 파마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볼 때 딸의 머리가 헝클어져 보였던 것은 이유가 있는 일이었는데, 그래도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게 좋은 머리를 주기 위해 머리를 기르는 동안은 특별히 좋은 샴푸를 썼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딸이 보낸 머리카락을 바라보니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아빠 손을 잡고 까르르 웃으며 강가로 나가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라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월은 어김없이 가고, 세대는 연연히 이어집니다. 좋은 것이 물려질 때 우리 사는 세상에 희망이 깃드는 것, 나도 모르게 숨이 깊어졌습니다.
얼마 전 아내가 아이들 있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복학했던 둘째가 코트라에서 시행하는 해외 인턴 과정에 응시했고 결정이 되어 독일에서 6개월간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목회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 막 상급학교에 입학하게 된 자녀들을 두고 떠나온 지라 둘째로서는 오랜만에 누나와 동생이 있는 곳에서 함께 지내게 된 것인데, 아이들 반찬이라도 챙겨준다며 오랜만에 아내도 동행한 것이었습니다.
한 달 남짓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짐 가방을 풀며 탁자 위에 길쭉한 종이상자 하나를 올려놓았습니다. 상자를 열자 뭔가 기다란 묶음이 나왔습니다. 무엇인지를 알겠느냐는 아내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 했습니다.
알고 보니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뜻밖에도 큰딸 아이의 머리카락이라 했습니다. 큰딸 아이의 머리카락을 어찌 가져온 것일까, 짐작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가서 보니 딸의 머리가 길고 어수선해 보이더랍니다. 머리 좀 깎지 그러느냐 했더니 생각이 있어 기르는 중이라 하더랍니다. 아내가 돌아오기 며칠 전 딸은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짧게 깎고 돌아왔는데,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잘라낸 머리카락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소아암 환자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투병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겹고 마음 아픈 일이지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이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는 일은 몸을 괴롭히는 통증 못지않게 그들이 이겨내기 힘든 마음의 고통 중 하나일 것입니다.
딸이 머리를 기른 것은 바로 소아암으로 투병 중인 어린이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25cm 이상이어야 하고, 염색을 해서도 안 되고 파마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볼 때 딸의 머리가 헝클어져 보였던 것은 이유가 있는 일이었는데, 그래도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게 좋은 머리를 주기 위해 머리를 기르는 동안은 특별히 좋은 샴푸를 썼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딸이 보낸 머리카락을 바라보니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아빠 손을 잡고 까르르 웃으며 강가로 나가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라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월은 어김없이 가고, 세대는 연연히 이어집니다. 좋은 것이 물려질 때 우리 사는 세상에 희망이 깃드는 것, 나도 모르게 숨이 깊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