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관습 바뀌는 계기 돼야
그릇된 관습 바뀌는 계기 돼야
by 이규섭 시인 2016.08.05
중견기업 간부인 그는 낮보다 밤이 바빴다. 바이어, 업계 관계자와 만나는 사장을 수행하여 접대하는 이른바 ‘술상무’다. 주량도 세지만 입담 좋고 노래 또한 잘 불러 ‘술상무’ 조건을 고루 갖췄다. 입사 동기들보다 승진이 빨라 전무까지 올랐다. 그 사이 노사분규 중재역까지 맡았다. 술이 협상안 조율의 윤활유다. ‘술 이기는 장사 없다’고 퇴직 후 위장 장애로 한동안 고생했다. 지인의 이야기다.
술상무는 고도성장시대 접대문화 일선의 야전사령관이다. 매일 밤 몸을 망쳐가며 고급음식점과 룸살롱 등을 누볐고 낮에는 접대골프를 치며 신종 직업군 반열에 올랐다. 겉으론 그럴듯해 보여도 속으로는 곪았다. 1997년 ‘술상무’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됐다. 공기업 사장 비서실장으로 3년간 재직하면서 ‘술상무’ 역할을 겸하다 50세로 숨졌다.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냈다.
술상무가 사라지면서 접대는 고급 선물로 바뀌었다. 법인카드와 골프회원권을 제공하는 법인이 늘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인 59만여 곳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10조 원에 육박한다니 그 규모를 짐작게 하는 접대문화 풍속도다.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따라 한국의 접대문화에 대변혁을 맞게 됐다. 적용 대상인 공직자·교직원·언론인 등 400만여 명이 ‘3-5-10 룰’(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접대비용 제한액) 적용 대상이다. 서울의 유명 한정식집은 최근 문을 닫았고, 외식업계에선 신 메뉴개발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 클린세트 메뉴’를 내놓았는가 하면 1인분에 2만9900원짜리 음식 메뉴를 짜고 있다. 백화점은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품목을 20∼30% 늘리고, 유통업계는 기존 선물세트의 크기를 줄여 5만 원 한도에 맞춘다고 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골프는 불가능하고, 고급음식점이나 술집 접대, 과도한 선물도 사라질 전망이다.
사보 등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기업과 임직원도 언론사와 언론인 범주에 묶이면서 자유기고가들의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기업들이 사보 등 정기간행물을 아예 없애거나 전자간행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라니 글을 발표할 지면이 줄어들게 뻔하다. 가장 큰 불만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회에 제출한 원안에 포함됐던 국회의원의 민원전달 과정이 입법과정에서 슬쩍 빠졌다. 부정부패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 정서와 엇박자다. 국회의원이 접대 대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제 투명성 기구 청렴도 평가에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다.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부끄러운 민낯이다. 헌재가 농·수·축산업계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합헌 결정을 한 취지는 ‘금품 수수·부정 청탁 금지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公益)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진 부정부패와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 뽑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접대문화의 변화와 함께 지나친 선물, 혼수, 경조 문화 등 그릇된 관습도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술상무는 고도성장시대 접대문화 일선의 야전사령관이다. 매일 밤 몸을 망쳐가며 고급음식점과 룸살롱 등을 누볐고 낮에는 접대골프를 치며 신종 직업군 반열에 올랐다. 겉으론 그럴듯해 보여도 속으로는 곪았다. 1997년 ‘술상무’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됐다. 공기업 사장 비서실장으로 3년간 재직하면서 ‘술상무’ 역할을 겸하다 50세로 숨졌다.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냈다.
술상무가 사라지면서 접대는 고급 선물로 바뀌었다. 법인카드와 골프회원권을 제공하는 법인이 늘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인 59만여 곳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10조 원에 육박한다니 그 규모를 짐작게 하는 접대문화 풍속도다.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따라 한국의 접대문화에 대변혁을 맞게 됐다. 적용 대상인 공직자·교직원·언론인 등 400만여 명이 ‘3-5-10 룰’(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접대비용 제한액) 적용 대상이다. 서울의 유명 한정식집은 최근 문을 닫았고, 외식업계에선 신 메뉴개발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 클린세트 메뉴’를 내놓았는가 하면 1인분에 2만9900원짜리 음식 메뉴를 짜고 있다. 백화점은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품목을 20∼30% 늘리고, 유통업계는 기존 선물세트의 크기를 줄여 5만 원 한도에 맞춘다고 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골프는 불가능하고, 고급음식점이나 술집 접대, 과도한 선물도 사라질 전망이다.
사보 등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기업과 임직원도 언론사와 언론인 범주에 묶이면서 자유기고가들의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기업들이 사보 등 정기간행물을 아예 없애거나 전자간행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라니 글을 발표할 지면이 줄어들게 뻔하다. 가장 큰 불만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회에 제출한 원안에 포함됐던 국회의원의 민원전달 과정이 입법과정에서 슬쩍 빠졌다. 부정부패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 정서와 엇박자다. 국회의원이 접대 대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제 투명성 기구 청렴도 평가에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다.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부끄러운 민낯이다. 헌재가 농·수·축산업계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합헌 결정을 한 취지는 ‘금품 수수·부정 청탁 금지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公益)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진 부정부패와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 뽑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접대문화의 변화와 함께 지나친 선물, 혼수, 경조 문화 등 그릇된 관습도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