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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권하는 즐거움

책을 권하는 즐거움

by 한희철 목사 2016.07.20

최근에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 또한 지나온 시간, 청년들을 대한다는 것은 언제라도 마음이 설레는 일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저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청년이 그동안 읽은 책 중에 청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을 한두 권 소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참 어렵고도 즐거운 질문이었습니다.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고, 책 중에서 한두 권을 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요.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 중에 두 권을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권한 것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입니다. 성급한 것 아닐까 싶으면서도 책을 처음 읽을 때 들었던 생각은 생의 마지막까지 머리맡에 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음을 한없이 따뜻하게 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책이었지요.
이 책은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인 소설로, 주인공 ‘작은 나무’가 체로키족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의 일부로써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 탐욕과 이기심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인간 본연의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한 인간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흙 속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보고는 온도를 잰 뒤 씨 뿌릴 시기를 정했던 할아버지의 농사법부터, 야생으로 자란 것들은 사람이 기르는 것들에 비해 백 배나 강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 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발기 찢어 놓는다는 것,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는 말보다도 말투를 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여전히 소중한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한 권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기도시집』입니다. 청년들에게 시를 읽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권한 책입니다. 시(詩)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것이 저는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정서가 메말라가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기도시집>은 ‘수도자 생활의 서’ ‘순례의 서’ ‘가난과 죽음의 서’라는, 모두 3부로 구성된 연작시입니다. 시기적으로는 약 2년씩의 거리를 두고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쓰인 시들입니다. 릴케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 표제를 ‘기도서’로 택한 것은 자신의 시집이 통상적인 시집으로 보다는 성서처럼 독자의 손에서 떠나지 않고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하는데, 우리의 기도가 틀에 박힌 것에서 마음이 담긴 기도로 바뀌는 데도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시집에 담겨 있는 글 중에는 “오 주여, 그들 자신에게 그들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그가 사랑, 의미, 고난을 겪은 그 삶에서 가버리는 죽음을.”처럼 여러 번 밑줄을 그은 구절들도 적지가 않습니다. 좋은 책을 묻고 권하는, 이 큰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면 메말랐던 우리 마음에 샘 하나씩이 살아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