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어느 선생님의 편지

어느 선생님의 편지

by 한희철 목사 2016.07.06

메시라는 축구 선수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르헨티나를 훨씬 뛰어넘는다 싶습니다. 그는 현역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하나의 전설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경기할 때마다 상대의 집중적인 수비와 거친 파울을 만나지만, 장대비 사이를 헤집듯 나비처럼 가볍게 뛰어넘어 골을 성공시키는 모습 속엔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까지 담겨 있다 여겨집니다.
그런 메시가 얼마 전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였습니다. 코파 아메리카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패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칠레에 우승을 내주었고, 메시는 은퇴를 선언했던 것입니다. 최근 3년 연속으로 메이저 국제대회 결승전에 오르고도 매번 준우승에 그친 것에 대한 자책 또한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메시가 은퇴 의사를 밝힌 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비롯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그리고 또 하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까지 나서 메시에게 은퇴를 번복해달라며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메시에게 전해진 편지 한 통이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작은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일하는 푹스 선생님의 편지였습니다. 푹스는 메시에게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표팀 은퇴를 번복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향한 학생들의 존경심은 그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에 미치지 못한다. 그 아이들이 지금 영웅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당신을 지치게 한 일부 아르헨티나인들의 어두운 면을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대표팀 은퇴는 당신을 욕하고 깎아내리는 그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처럼 승리의 가치만 느끼고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가치를 무시하는 어리석음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선생님의 글 중에는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이기는 것만이 우선이고 유일한 가치라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메시를 얘기할 때, 당신이 얼마나 멋지게 축구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메시에게 배워야 하는 건 경기장에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다. 아이들은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단 한 골을 넣기 위해 당신이 같은 장면을 수천 번이나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벗어선 안 된다. 모든 팬이 당신에게 승리만을, 우승만을, 트로피만을, 메달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게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 달라.”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 진정한 영웅이라면 이길 때는 같이 이기고 질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결과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우승인 것”이라는 말은 메시와 축구와 아르헨티나를 뛰어넘어 세상 모든 이에게 건네는 우정 어린 격려와 다를 것이 없다 싶어, 글을 쓴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