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손바닥만큼 작은 삶

손바닥만큼 작은 삶

by 한희철 목사 2016.06.01

다시 한 번 아차도를 다녀왔습니다. 강화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90분 거리,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선실 바닥에 누워 쉬기도 하고, 바깥으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기도 하고,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사람들 구경도 하다 보니 어느새 아차도였습니다.
원래는 하나로 붙어 있었다는 주문도가 으뜸섬, 그다음 가는 섬이라 해서 아차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던 이무기가 임신을 한 여인을 보는 순간 아차 하고 떨어져 아차도가 되었다고도 하고, 어느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차도는 내게 손바닥만 한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차도의 가구 수는 모두 스물세 가구뿐입니다. 대부분이 연로하신 분들이지요. 조금 큰 목소리로 부르면 누구라도 듣고 대답을 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낮에는 밭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물때를 따라 바다에 나가 소라며 게 등을 잡는 것이 일입니다.
아차도에는 예배당이 하나 있습니다. 마을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출석하는 교회인데, 그래도 역사는 꽤나 깊어 올해로 백십 년이 되었습니다. 아차도교회는 얼마 전 신나는 일을 한 가지 했습니다. 고구마 농사를 지어 모은 돈으로 중국 여행을 다녀온 것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입때껏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어른들과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못한 어른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온 것이니 어찌 신나는 일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런 일이 다시 있을까 싶어 일부러 숙소도 가장 좋은 숙소로 정하고, 공연을 볼 때에도 가장 좋은 자리를 정해 보았다는 말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중국을 다녀온 한 할머니가 했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숙연했습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소학교 학생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으로 나가 중국행 비행기를 탔답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데, 이게 웬일, 창문 밖으로 아차도가 보이더랍니다. 내가 사는 섬을 하늘에서 보다니,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하늘에서 보니 원체 손바닥만 한 섬이 작은 점처럼 보였다고 했습니다.
아차도를 보는 순간 할머니 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고 했습니다. 저 안 섬에서 내가 한평생을 살았구나, 땀 흘리며 죽어라 일을 하고, 괜히 다른 사람 미워도 하면서 아등바등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는 것이지요.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당신의 삶이 손바닥만 하게 작고 초라하게만 여겨져 눈물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을 하면서도 그래도 할머니는 행복한 사람이라 여겨졌습니다. 죽어 세상 아주 떠날 때까지 죽어라 일하고 애써 모으고 서로 다투면서도 자신의 삶이 손바닥만큼 좁다란 삶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인생에 비긴다면 그래도 자신의 삶을 눈물로 돌아볼 기회를 가진 할머니의 인생은 값진 것이겠지요. 과연 우리는 우리 삶의 모습을 언제 어디에서 오롯이 바라볼 수가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