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한계마을 84세 이장

한계마을 84세 이장

by 이규섭 시인 2016.05.04

고령화·저출산의 폐해가 심각하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한계(限界)마을이 늘어나면서 84세 노인이 이장을 맡은 마을이 생겼다. 이웃 마을 이장도 80세를 바라본다니 늙어가는 시골 마을의 쇠락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계마을이란 전체 주민 수가 20명 이하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공동체 기능 유지가 어려워진 마을을 일컫는다.
84세 이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노인이다 보니 혼자 사는 노인 집을 찾아다니며 안부를 살피고, 행정기관의 전달 사항을 해당 주민들에게 전하는 일이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한다. 그 마을은 70세 노인이 젊은 층에 속한다. 60세가 청년회 회원이고 63세가 청년회 회장이며 옛날 노인회가 청년회라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한국이 너무 빠르게 늙어간다. 한계마을이 늘어나면서 생활환경과 주민자치회의 활동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농산물의 공동생산과 공동판매가 쉽지 않고 마을축제를 이어가기 어려운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규모 고령화 마을은 머지않아 쇠퇴하거나 소멸할 것이라니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 절벽을 가져와 경제와 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합계 출산율이 1.1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노인 빈곤율 역시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국가와 자치단체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계마을이 늘어난다는 뉴스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귀농·귀촌인에 대한 지원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의가 가장 많았다. 젊은이들이 귀촌할 수 있도록 농촌 지역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농촌 주민들은 배타성을 버리고 외지인을 받아들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계마을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일본은 한계마을 재생을 위해 도농 교류 확대, 정주대책 마련, 지역산업 육성, 생활환경 정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2009년 총무성이 내놓은 ‘지역활성화협력대’ 정책이다. 지역 활성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활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창업자금과 주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오카야마 현 미마사키 시(美作市) 협력대는 한계마을이 방치한 계단식 논을 개발하여 생산된 쌀을 브랜드 상품으로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주민들의 고령화로 사라졌던 전통문화를 되살렸다. 야간 노점과 스카이랜턴 날리기 등 새로운 이벤트를 열었다. 카페, 놀이방, 당구장 등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농촌체험 교육을 하면서 마을은 활력을 되찾았다. 협력대원 이외에도 엔지니어 예술가 등 새로운 주민들이 들어와 정착하면서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는 각오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락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농 교류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사례를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